모두가 잠든 늦은 밤. 두명의 남녀가 2층의 넓은 방에서 검을 들고 있다.
마치 싸우기라도 하는 듯 대치한 채.
"헉....헉......."
그 중 여자는 나고, 남자는 세바스찬이다.
내일이면 도련님을 보호해야하고,
어쩌면 전투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니 내가 세바스찬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역시나. 계속해서 엇나간다.
역시 마음이 급해서 그런 탓일까.
세바스찬은 이내 검을 거두었다.
"(-), 실력이 좋은 건 인정하죠.
하지만 조금 쉬면서 하시는게......" -세바스찬
나는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계속해서 부탁했다.
내가 이렇게 강함에 매달리는 이유. 아니, 정확히는....
계속해서 연습을 해대는 이유.
그 이유는 도련님과의 임무때문도 맞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언더테이커의 말과 행동을 잊기 위하여.
틀림없어. 그 사람은 날 알아.
그리고 그 말에 내 기억에 대한 힌트가 있어. 하지만...
"뭐해요? 전 아직 쌩쌩하다구요......"
지금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 생각을 여기서 지워버려야해.
그렇지 않으면 도련님을 지키는데에,
모두의 노력에 보답하는데에 방해만 될 뿐이야.
잊어. 다 잊어. 어차피 기억 상실이었던 거, 쓸데없는 건 버려.
그렇게 내가 계속하려 하자 세바스찬은 빠른 속도로 내 검을
튕겨내고선 나를 소파로 데려가 앉혔다.
"그만. 더 이상 했다간 오히려 몸을 망치게 될 겁니다." -세바스찬
"............."
확실히 검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그래봤자 실전이 없어서.....
그래서 세바스찬 씨에게 부탁한 건데.
그는 주저안아있던 나를 위아래로 번갈아 보았다.
그러더니 꽤나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낮에 언더테이커에게서 무슨 말을 들은겁니까." -세바스찬
나는 그 말에 잠시 동요했지만 차가운 태도로 대답을 이어나갔다.
지금 굳이 말해서 좋을 건, 없겠지.
"별 거 아니에요. 신경쓰지마세요."
나는 검으로 몸을 지탱해서 일어났다.
진검으로 연습을 했더니 조금 작은 생채기가 나서 따가웠다.
"읏.....! 하아.......다시 시작해요. 난 괜찮으니까."
그는 그러더니 눈 깜짝할 새에 내 칼을 다시금 튕겨냈다.
내 칼은 어느새 벽에 꽂혔고, 나는 그 반동으로 다시 주저앉았다.
으으.....역시 무리인가.......바보같이.
"흐앗......"
그러자 그는 갑자기 이쪽으로 와선 날 안아들었다.
"이젠 비명도 못 지를 정도로 지쳤으면서......
상처를 치료해야겠군요. 우선 제 방으로 가겠습니다." -세바스찬
또. 또다.
".......말아요...."
"네?" -세바스찬
"......날 약한 사람 취급하지 말아요."
그는 나를 안은 채로 자신의 방으로 향하다가 내 말에 잠시 멈춰섰다.
또 당신은 나를 돕는다. 이유가 뭐지? 왜?
왜 쓸데없이 호의를 베풀지 못해 안달인건데?
만약 이것이 동정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면, 나는....
"전 맹세코 그런 적 없습니다." -세바스찬
잠시 뒤, 그의 방에 도착하자 그는 날 침대에 내려놓은 뒤
팔에 난 상처에 능숙하게 붕대를 감았다.
거봐. 언제나 당신은 중요한 순간에 나 따위는 너무나도
간단히 따돌려버린다.
"거짓말."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거죠?" -세바스찬
나도 몰라. 하지만 왠지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 눈빛에서, 자꾸 이상한게 보여.
그냥 나라는 존재 자체를 대하는 것 같지가 않아.
"그럼 왜 자꾸 나한테 그래요. 처음 본 날 아무 의심없이 치료해주고,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주기까지. 지금도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치료해주고 있잖아요.......!"
그는 내 말에도 조금의 미동도 없이 치료를 끝마쳤다.
"밤이 늦었군요, 그만 방으로 돌아가세요." -세바스찬
나는 그의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면서 말했다.
"부탁이니까, 화를 내던 어쩌던간에 나 좀 잡아줘요.
계속 웃지만 말고. 조금만 더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미쳐버려선 나도 모르는 곳으로 떨어질것만 같아서 무서워 죽겠으니까."
나는 그대로 문을 닫고 나와버렸다.
나는 내 방에 온 뒤 씻고나서 바로 침대에 누웠다.
진짜 내가 아깐 왜 그랬지.......
갑자기 밀려오는 후회와 내가 어떻게 됬었나 보다라는 수치감.
세바스찬, 분명 나 이상한 사람 취급하겠지.
처음엔 그가 싫었다. 아니, 무서웠다.
모든 것을 안다는 듯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여러 위험에 날 빠뜨린 것만 같았다.
'나 진짜 왜 이러지.....?'
그리고 이곳에 왔을 때도, 은근히 날 위해주는게
왠지 날 약한 사람 취급하는 듯 해서 그다지 좋지 않았다.
"잠이....안 와........"
그런데 생각해보니 막상 그럴 때 마다 날 구해준 건 그였다.
비록 도련님의 명령이긴 했지만,
실질적인 힘으로 누군가를 지키고 있었다.
나 와는 다르게-
"있잖아.......세바스찬 미카엘리스.
당신말이에요......인간은 맞는 거에요?"
마치 도련님께 있어서
신처럼 함께하는 존재이자
날 가장 혼란스럽게 만드는 인물.
"내가 마법에라도 홀린 기분이라......
당신 인간 아닌 것 같아. 그렇지....?"
그런데 있잖아.
나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Nothing with god is accidental......
(신의 입장에서 보면 무슨 일이라도 우연이라는 것은 없다.)」
당신이 싫지는 않은 것 같아.
조금은 굳어버렸던 심장이 뛰는 것 같아.
그것도 당신때문에.
비록, 아주 조금이지만 말이지.
정말 이 모든 것을 우연이라는 단어만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은, 모순덩어리겠지.
[그 집사와 메이드, 공동수사]
[To be continue........]
하지만 지금은 그 의문조차 접고서, 숨을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