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흑집사(黑執事)

그들과의 티타임3번 째

Yes, my lady

"그렇다면......."

그녀는 이내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순간 흩날린 투명한 물방울은 달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나머지 둘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렇다면, 왜!!!"

하지만 후회로 굳어있던 그 표정은, 금새 놀람으로 바뀌었다.

"어째서!! 왜!!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던 거에요!!"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그 눈물을 보았기에.
그것은 두려움도, 분노도, 그 무엇도 아닌 단지 후회.
그녀는 이내 한 손으로 얼굴을 덮고선 눈물 흘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나는 당신들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내가 한심해서,
그 만큼 믿음을 주지 못해 미안해서, 나는....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무엇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따금씩 머릿속에서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조차도
그 누구도 믿지 말라고 늘 말해왔다.
하지만 당신들은 날 믿었고, 결국 나는 나 자신 빼고는
다른 이를 믿을 수 있게되었다.

"악마던 천사던 설령 더한 것이던간에, 가족이잖아요!!"

하지만, 그 명확하다고 생각한 믿음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어딘가 모르게, 나만 뒤쳐진, 동떨어진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것은 대체 언제부터 였을까.

"가족과도 같다고, 당신들은 내게 온 몸으로 말해주었는데.....
정작 앞을 보면 당신들과의 거리가 너무 멀었어요."

단순한 일자리가 아닌, 돌아오면 반겨줄 누군가가 있는 집.
소중한 사람들과, 날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그 시선.
이것이 진정 가족이란 걸까. 그렇게 믿었었다.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 때문에,
그 누구도 믿지 않겠다고 한 주제에 정작 나를 믿지 않았던 주제에
그렇게 몇 번이나 당신들에게........"

정작 나를 믿지 않았던 주제에 그렇게 몇 번이나
당신들에게 상처를 주어버린 것을, 후회한다.
그녀는 그렇게 울면서도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마치. 지나가버린 그 후회의 나날들을 돌려달라고
눈물 흘리며 울부짖는 듯 했다.

"부탁이에요.... 이제와서 염치 없다는 건 잘 알지만, 부탁이야...."

아무리 같이 있어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 속에서
함께 나누고 이야기해도. 언제나 혼자라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말해버리면. 물어보면. 일순간에 이 행복이
눈 녹듯 순식간에 사라질 것만 같아서.
그래서 언제나 그녀는 기다려왔다.

"제발 더 이상 날...... 혼자 두지 말아요......."

더 이상 혼자는 싫다고. 또다시 아무것도 모른 채 숲속에 있기는 싫다고
그렇게 절규하며 혼자서 계속 기다려온 것이 수 일.

이내 주저앉아서는 울고 있는 그녀를 세바스찬은 안아들었고,
그녀가 혼자 두지 말라는 말에 나지막히 말했다.

"....Yes, my lady." -세바스찬

달이, 다시금 구름 뒤로 숨는다.

신데렐라는 유리구두를 절대 우연히 떨어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왕자도 절대 우연히
그녀를 찾은게 아니다. 서로 끌어당긴거겠지.

우연의 또 다른 이름이자 그것보다 더 강력한 것.

운명-

하지만 그 운명이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모른채 그녀는 지금 이 빛나는 운명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어둠과 빛, 그것은 너무나도 강하고, 또 달라서
합쳐지면 혼돈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둘은 합쳐지지 않고서 어느순간 뒤집어져선
가혹한 시험을 치르게 한다.

그녀는 언더테이커가 했던 말들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 무섭고,
또 한편으로는 그들도 나와 같은 심정이자 자신을 받아줬다는 사실에,
그저 환하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 누구도 믿지 마.」

그런 바보의 얼굴에 드리운 미소는, 언젠가는 슬프게
뒤바뀌기 마련일 것이란 걸 모른 채-



[그 집사와 메이드, 비밀]
[Fin]

주먹을 쥔 손에 더 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