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흑집사(黑執事)

그들과의 티타임3번 째

Yes, my lady

"몸은 좀 어떠십니까." -세바스찬

아까 날 치료해주었던 검은 집사가 싱긋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런데 왤까. 뭔가 무서운 이 느낌은.....
마치 억지로 웃는 듯한. 아니, 먹이를 보는 듯한 눈빛.
저 눈빛은 아까 피니라는 정원사와는 전혀 달랐다.
......경계. 하자.

"이런, 안색이 창백해보이시는군요." -세바스찬

그 남자는 내 안색이 창백하다며 한 손을 내 얼굴에 갖다대려 했다.
내가 그의 행동에 놀라 뒤로 주춤하고 조금 물러나자
그는 그러더니 다시 한 번 웃어보이고는 뻗던 손을 다시 가져갔다.
그렇게 무거워진 공기 속, 아까의 안대를 쓴 남자아이가 물었다.

"이봐. 넌 이름이 뭐지?" -시엘

이 곳의 주인인 듯 한 아이가 물었지만 난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는 걸.
아까 날 구해준 정원사는 그 아이의 싸늘한 질문에 내가
조금 움츠러들자 곤란한 듯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 그렇게 물어보시면...." -피니

"........몰라요."

그리고 잠시 뒤, 내가 한 대답에 방안에는 잠시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검은 남자가 그 정적을 깨고 말을 걸어왔다.

"모른다니.... 조금 자세히 말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세바스찬

어느새 그 검은 연미복을 입은 집사가 내 옆으로 와
침대에 걸터 앉고서 물었다. 근데 얼굴이 조금 가깝.....

"저.....그게 그러니까........"

"자아, 편하게 얘기하세요." -세바스찬

내 옆에 앉아 내 얼굴을 뚫어지게 보는 집사.
더 이상 그의 얼굴을 보다가는 나도 모를 기분이 될 것 만 같아
다시 평정심을 찾고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고
이 곳의 주인에게 차분히 말했다.

"그전에. 남에 대해 물어보기 전에
자신에 대해 먼저 밝히는 게 예의가 아닐까요."

조금 건방지면서도 당당한 나의 말투에
안대를 쓴 아이의 얼굴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그런 그를 보고는 내 옆에 앉아있던 집사가 일어나서
다시 한 번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마음에 드는 레이디군요.
그럼 한 마리의 고양이처럼
앙칼진 아가씨께 소개를 해볼까요?" -세바스찬

뭐지 이 나쁜 기분은. 칭찬이야 욕이야?
하지만 나는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 그대로 그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 계신 이분은......." -세바스찬

"잠깐." -시엘

갑자기 왜 끊는거야? 이곳의 주인으로 보이는
초록머리에 안대를 쓴 아이가
그의 말을 잘랐다.

"명색이 귀족인데, 이렇게 당당하게 말한다면
내가 직접 대답을 해야겠지." -시엘

역시 귀족이었구나. 그 아이는 그러더니
아까의 도도한 태도는 어디가고 격식있게 인사하며 말했다.

"내 이름은 시엘 팬텀하이브.
팬텀하이브 가의 12대 당주다." -시엘

그러자 그는 살짝 웃어보이고는 짚고 있던 지팡이를 가지고서
한 사람씩 가리키며 소개했다.

"이 쪽은 주방장 발드로이. 바르드라 불리고 있다." -시엘

"여어, 잘 부탁해." -바르드

역시 주방장이었구나. 이번에는 안경을 쓴
눈이 매~우 나빠보이는 메이드를 가리켰다.

"이 쪽은 이 저택의 메이드인 메이린." -시엘

"네....넷! 메이린 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메이린

이번에는 아까 날 구해주었던 정원사를 가리켰다.

"그리고 널 구해온 이 녀석은 정원사인 피니안." -시엘

"헤헷, 잘 부탁해요." -피니

그리고 저쪽에 있는 작은 할아버ㅈ.....잠깐.
언제부터 있었지?

"이쪽은 11대 부터 우리 가문에서
일해오고 있는 타나카." -시엘

마지막으로 가리킨 것은 아까 날 치료한 검은 남자였다.

"마지막으로 이 녀석은......" -시엘

시엘이라는 아이가 말하려고 하자 그의 말을 자르고 검은 집사가 말했다.

"제 이름은 세바스찬 미카엘리스. 어디까지나 집사인자로서,
팬텀하이브가의 당주이신 저희 도련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세바스찬

말을 자르자 화가 난 건지 시엘이란 도련님이
세바스찬이란 집사를 째려본다.

"내 말 자르지 마라, 세바스찬." -시엘

그런가........ 대충 그렇구나.
그나저나 이 저택에 이 인원이 전부?
나는 그 말을 듣고서 이내 입을 열었다.

"전.......아무것도 몰라요."

내가 조금 기죽어서 말하자
세바스찬이라는 집사가 내게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괜찮다면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세바스찬

나는 그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기억 안나는거.....
까짓거 모아니면 도다. 에라이....

"기억나는게 없어요. 내 이름도....과거도.....
기초적인 지식, 상식은 있는 듯 하지만."

"흐음......딱히 기억나는건 더 없으십니까?" -세바스찬

딱히 기억나는거라..... 기억나는거.......
기억나는거어어어.......
아, 그렇지. 생각났다.

"빛......."

"네?" -피니

내 중얼거림이 너무 작아 듣지 못한 걸까. 나는 이번엔 제대로 말하였다.

"빛을...봤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쓰러지기 전에
엄청나게 환한 빛을 본 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 빛이였다. 아주 환한 빛.
그리고 한가지 더 어렴풋이 지나가는게
있기는 한데........

'머리아파......'

머리가 지끈거리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무언가 푸른. 그리고 하얀. 어렴풋이 스쳐지나가서는
아련하게 만드는 듯한 이 느낌.
그렇게 나 혼자 멍하니 있던 그 때에도 대화는 이어졌다.

"도련님, 어떻게 할까요." -세바스찬

"난 지금 약속이 있으니 먼저가지. 너희들이 알아서 해.
세바스찬, 넌 나중에 따라와." -시엘

시엘이란 아이는 그러더니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덜컥하는 소리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이 저택의 주인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