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테이블보를 산 뒤
시간이 남아 이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피니는 어째선지 내 뒤에서 따라오면서 쭈뼛거렸다.
왜 그러지? 무슨 일이라도 있나? 왜 저렇게 안절부절거려?
"그런데 피니. 오늘은 왜 그렇게 열심히 정원 손질하고 있었어?"
"아, 그게 그러니까........" -피니
피니는 볼을 손가락으로 긁적거리더니 이내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씨가.........칭찬해 줘서....
나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피니
아........ 저번에 그 일인가.
내가 조금 도와줬더니 잘 해냈었지.
그렇구나. 얘는....
"그...그래서 열심히 노력중이에요!" -피니
목말라있구나. 생명에 대한 사랑에.
이 아이는.....또 얼마나 상처를 받았던거야.
나는 그런 피니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노력하는 모습, 보기좋네."
"에.........." -피니
조금 쑥스러운 지 피니는 두 볼을 살짝 붉히며 내 앞에 앞장서서 걸어갔다.
하여간 귀여운 녀석.나는 속으로 쿡쿡 웃으며
뒤를 쫓아갔다.
'어.....?'
으응? 방금 내 등뒤로 무슨 인기척이.....
.......
기분탓이겠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신경끄고 계속 걸었다.
"읍.....!"
그 순간, 무엇인가 손으로 내 입을 막아버렸다.
이....이게 무슨.....!
나는 그대로 놀라서 한쪽발로 뒤를 걷어찼다.
그러자 내 입을 막았던 자는 놀라서 손을 놓았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푸하! 대...대체 뭐......."
뒤를 돌아보지 말았어야 했다.
"꺄아악!!"
나는 뒤를 본 순간, 식겁해서 비명을 질러버렸고,
피니가 내 비명을 듣고서 이쪽으로 달려왔다.
"(-)씨!! 무슨일이에요?!" -피니
"흐아아....흐아아아아......."
나는 너무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큭........그냥 장난이었는데.... 많이 놀랐다면......." -언더테이커
내 뒤로 다가와 얼굴에 손을 댄 사람.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상황의 데자뷰.
그리고 저 씨익 웃는 미소.
"소생이 사과할게~" -언더테이커
"어....언더테이커가 왜 여기있는거에요!!"
언더테이커였다. 놀래라......!
이 사람은 툭하면 사람 놀래키는게 취미인가?
진짜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킥....심심해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보이길래. 정원사랑 뭐해?" -언더테이커
"테이블보가 모자라서.....
그럼 댁은요? 놀라서 자빠지는 줄 알았잖아요!"
언더테이커는 내 발차기 때문에 주저앉아있다가 내 손을 잡고서
일어나고는 옷에 묻은 흙을 털었다.
"말했잖아, 심심해서라고." -언더테이커
심심하다고 사람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나.
난 왠지 죽어도 이 사람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이해하더라도 조금 꺼릴 것 같다.
피니는 어째선지 볼을 부풀렸다. 이 사람이 싫은가?
"하하......피니. 미안한데 이 사람도 같이 가자."
"전 상관없어요.
모처럼 단둘이 산책인데....." -피니
피니의 표정이 삐진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결국 나는 언더테이커도 함께 돌아다니기로 했다.
어차피 가는 길에 언더테이커의 가게도 있으니까.
"음? 그런데 왜 백작을 안 따라갔어?
오늘 백작이 와서 이것저것 묻던데....." -언더테이커
역시. 도련님과 세바스찬은 먼저 이 사람한테가서
이것저것 정보를 얻어냈구나. 말할까 말까 고민하던 끝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
"저번에 다쳤거든요."
"뭐?" -언더테이커
"말 그대로 입니다~ 도련님 호위하다가 세바스찬이
늦장부려서 다쳤어요. 칼빵 대략 2대, 총 한 방."
피니는 어느새 저만치 가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왔다갔다 거리고 있었다.
"피니, 왜 그래?" -피니
"네? 하하....아니 그냥 뭐......"
나는 잠시 가게를 보다가 피니와
언더테이커를 데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씨?" -피니
"먹고싶다고 얼굴에 써있어. 하나 먹자. 내가 사줄게."
"소생 것도~" -언더테이커
"네~ 네~ 얼른 오기나 하세요."
어쩔 수 없이 마차부른 값에 이어 아이스크림 값까지....
지갑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결국 그렇게 셋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들고서 다시 걸었다.
"피니, 미안하지만 테이블보 가지고
먼저 저택으로 가주지 않겠어?"
"저야 괜찮지만......왜요?" -피니
나는 내 옆에서 실실 웃고 있는 언더테이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럼 천천히 오세요." -피니
"고마워."
피니는 그러더니 신이나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저택으로 먼저 향했다.
나는 손을 흔들어보였고, 이내 내 뒤에서 다시금 그가
손을 뻗어 내 볼을 손톱으로 쿡쿡 찔렀다.
"그래서, 할 얘기가 대체 뭐일까나~?" -언더테이커
"알면서 묻지말고. 우선 댁의 가게로 가서 자세히 얘기하도록 하죠."
나는 그와 함께 그의 가게로 향했다. 그래. 많아. 아주 많다고.
댁한테 할 얘기가 너무나도 많다고.
이번 사건...... 도련님이 조사중인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저번에 당신이 내게 했던 말들의 의미까지.
전부, 모조리
그리고 하나씩 파헤쳐보자고.
"큭큭.....아까부터 왜 그렇게 소생을 빤히 쳐다봐?" -언더테이커
"제가 언제요. 것보다 얼른 가요."
......언더테이커.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란 없는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