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파티 당일 날.
"옷은 예쁘네......."
모든 메이드와 하인들이 파티준비로 바빴지만 나는 예외였다.
나는 내 방에서 드루이드 자작이 준
검정색 드레스를 입고 드루이드 자작의 방으로 향했다.
드레스는 오픈 숄더 드레스. 줍지 않을 까나.....
장갑은 팔꿈치의 위까지 오는 긴 검정색의 장갑이다.
그나저나 내가 이런 걸 입어도 되는걸까.
"당주님."
나는 끓어오르는 화와 분노를 참고서 자작의 방 문을 두드렸다.
잠시 뒤, 백색의 정장을 입고 그가 나왔다.
그는 날 빤히 보더니 이내 씨익 미소지었다.
"가실까요? 나의 피앙세." -드루이드
"하하......네, 넷."
그는 나에게 정중히 손을 내밀었고,
나는 애써 참으며 그의 손을 잡고 파티장으로 향했다.
'무슨 꿍꿍이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차가운 가면 속에 숨겨진 당신의 진짜 얼굴을 낱낱이 밝혀지겠지.
그 전까지는 조금 더 버텨야한다.
"자, 그럼 난 손님 접대를 할테니 넌 파티를 즐기거나 원한다면
다른 메이드들을 도와도 돼. 그럼." -드루이드
"다녀오세요, 당주님."
드루이드 자작은 여러 귀족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손을 흔들던 것을 멈추었다.
'.........갔...지.....?'
갔다갔다갔다갔다 갔어어어억!!
드디어 저 거머리를 떼어냈다아아악!!
나는 소리없는 아우성을 쳤고, 절대 겉으로 기쁨을 나타내지 않았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국인 뿐만이 아니다.
중국인도 얼핏 본 듯하다.
"사람 많다.........."
어제 내 나름대로 조사를 해본 결과, 자세히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전에 드루이드 자작이 범죄를 저질렀었던 것 같았다.
지금은 어느새 묻혀버렸지만.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선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거야.'
메이드들에게 수소문한 바로는 드루이드 자작이 한 달에 한 번 씩,
많으면 일주일에 한 번 씩 메이드들 중 한 명을 뽑아 포상같은 것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냄새가 나.......얼마전에
나갔다는 내 룸메이트 메이드도 행방이 묘연하고........
'긴장 늦추지 말고.... 드루이드 자작의
근처를 몰래 돌아다니면서 조사하자.'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는,
내 정의감도 정의감이지만 내 기억 때문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이런 여러 경험 중에 되찾을지도 모르잖아?
'우선 더 가까이 다가가볼ㄲ.....'
그 순간, 갑자기 무대쪽에 있던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했고,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 어어어어어 망했다.....!
"으앗.....!"
이건 뭐 방어막이니.
춤추는 사람들에 의해 드루이드 자작이 보이지 않았고,
다가가는 것도 무리였다. 게다가....
"자...잠깐......!"
사람들한테 계속 치인다. 이대로 있다가는 망신이다.
나는 후다닥 거기서 빠져나와
연회장에 배치되어있던 의자에 앉았다.
'드루이드 자작은.....?!'
빠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드루이드 자작을 찾아보지만.....
없다. 젠장 놓친건가.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그.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나는 의자에 앉아 옆 테이블에 있던 레드 칵테일을 한 모금 마셨다.
뭐, 도수도 낮고. 기억상실 땜시 나이도 모르고.
그렇게 어리진 않으니까 뭐.
"(-)~" -드루이드
드루이드 자작의 목소리다. 부르면 오랬지.....쩗....싫은데.....
그래도 찾았으니 다행인가.
"아, 네.....!"
나는 서둘러 드루이드 자작에게로 갔다.
흐음......꽤 높은 사람들인가봐?
중국인이 껴있는게 좀 특이하지만. 저 중국인은
눈을 뜬거야 감은거야....?
"왜 부르셨어요.....?"
내가 오자 차갑던 표정이 일순간에 변하는 그다.
그는 씨익하고 입가에 기분 좋은 호선을 그리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아, 음악도 나온 김에 같이 한 곡 추실까요? 아가씨." -드루이드
내가 살다살다 이런 인간은 처음본다.
.........이 사람 속을 모르겠어.
대체 무슨 꿍꿍이지? 으아아....어쩌지?
"저...저 같은 한낱 메이드가 어찌 자작님과..."
나는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했지만
그는 내 손을 낚아채 끌어당기고
자세를 잡았다.
"한낱 시녀가 아닙니다.
오늘 만큼은....당신은 저의 피앙새이니까요." -드루이드
"하하....네에......."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마다 닭살이 돋아나는 듯한 이 기분.
괜히 고집부려서.....그 세바스찬이란 사람의 말을 듣는 거였어....
뒤늦게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후회라는 것은
해봤자 부질없기에 후회일 뿐.
"자아, 제 발에 맞춰서 이쪽으로." -드루이드
"네...넷."
나는 그의 리드에 맞춰 대충 춤을 추었다.
어느정도 받아주다가 빠지는게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는 한숨을 백번도 더 쉬었던 것 같다.
"실례." -???
그 순간. 내 완벽한 작전에 초를 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맛.....!"
갑자기 우리 뒤로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와 동시에
내 팔을 낚아채가는 누군가.
파트너 교체인가....왜 하필 이럴 때.....!
나는 적당히 하고 빠지려고 했는데.....
'아오 진짜 누구..........'
그 순간. 나는 진짜로 얼굴이 굳어버렸다.
내 팔을 낚아채선 춤을 추기 시작하는
남자는 특유의 웃음을 띠고서 날 보곤 정중하게 말했다.
"이런....우연이군요. 고양이 같은 아가씨." -세바스찬
우연도 이런 우연.
악연도 이런 악연이 있을 수가 있을까.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