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만이 이 방안을 환하게 비추는 밤.
어두운 이 방에 울려퍼지는 금속의 마찰음.
그 속에 섞여드는 여자들의 비명소리.
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나는 그저 검에 힘을 실을 뿐이다.
"큭.........!"
버겁다. 너무나도 버겁다. 막는 것 밖에 하지 못할 정도로.
아니, 막는 것 조차도 신기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저 기억잃은.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애였는데.
단시간에 이렇게 된 나보다, 날 이렇게 만든 그가 더 대단하다.
"아가씨, 혹시 아가씨도......마피아인가?" -???
나는 숨이 차서 말도 잘 안나왔지만
전혀 그런 기색을 겉으로 보이지 않았다. 약해 보이면 한순간에 끝이야.
"아니요. 전 그저 메이드일 뿐입니다."
"너.....점점 더 맘에 들어. 어떻게 해서라도 잡아둬야겠는걸." -???
그 말은 도련님에게서만 듣고 싶다고. 점점 더 맘에 든다는 말은
도련님에게서 들어야만 의미가 있어.
그렇게 내가 앞쪽을 막던 그 때, 옆에서 공격해오는 한 녀석.
피할 수 있......
'아차. 피하면 내 뒤의 도련님이......'
나는 할 수 없이 앞에 있던 녀석의 칼을 재빨리 쳐내고 피했다.
"크읏.........!"
"(-)?! 무슨 일이냐!!" -시엘
"그냥 스친 것 뿐이니까......."
도련님은 70 쯤까지 세고 있었는 듯 하다.
하지만 내 짧은 신음에 곧바로 쓰고있던 천을 걷었다.
아아, 정말. 그렇게 보지 말라고 했는데도.
이럴 때는 영락없는 어린애 이시군요.
"피가........!" -시엘
도련님이 내 다리에난 상처를 보곤 조금 흠칫했다.
하하.....나쁘지 만은 않네.
평소엔 끄덕도 안하던 도련님인데 날 걱정하는 표정이라니.
"괜찮습니다. 왠만하면 안쓰려고 했지만......."
나는 주머니 안쪽에 손을 집어넣었다.
진짜 안하려고 했는데. 진짜진짜진짜 자존심 상하지만,
그 사람이 가르쳐준 걸 하는게 매우 자존심 상하지만....
죽는 것 보다야 낫겠지.
내가 꺼낸 것을 보자 도련님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시엘
"죄송합니다. 급한대로 이거라도 쓸게요."
내가 꺼낸 것은 은나이프와 포크. 즉, 실버.
세바스찬에게 배운게 어제라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우선 맞지 않더라도 이걸로 주위라도 끌면.......
"어이, 설마 그걸 던지려는 건가?" -???
"하하......오늘만 봐주세요. 아무래도....."
나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아무래도.....이젠 나도 한계인 것 같단 말이지.
다리도 몸도 전부 무리야.
나는 한 손에 나이프 세개를 쥐었다.
세바스찬이 말한대로....
호흡은 잠시 멈추고..... 던지는게 아니라......그대로 찌른다는 느낌으로....!
"흐읍.......!"
일단 무작정 던졌다. 빗나간 것도, 맞은 것도
있긴 하지만.....
"뭐....뭐하는....!!" -시엘
"오늘만, 오늘만요! 용서하세요!"
시간은 벌었다. 이제 남은 건.... 튀는거다!
나는 그대로 도련님을
안은채로 문 쪽으로 뛰었다.
밖에서 걸어잠그진 않은 것 같았으니까.
"(-), 뒤!!" -시엘
"으앗.....!"
으아아아......나는 그대로 숙여서 피했다.
뒤에서 갑자기 공격하는거 어딨어어!! 그것도 여잘 상대로!
이제는 더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허튼 생각마라. 문은 잠겨있고,
밖은 모두 부하들이 배치되어 있으니까." -???
당주 녀석의 말에 순간 힘이 빠졌다.
이제야 겨우 4명으로 수를 줄였는데.....
어쩌지? 여긴 3층이라 창문으로 뛰어내릴 수도 없어.
혹, 뛰어내리고도 멀쩡하다 해도 꽤 다칠 거야.
그렇게 되면 밖에 있는 녀석들에게....
'우선은......'
칼로 문의 빗장을 부수고 도련님을 데리고 전력으로 뛰어서
도망치자. 중간의 녀석들은 어떻게든 돌파해보는거야.
그렇게 내 계획을 실행에 옮기던 그 순간,
다리에 난 상처가 욱신거렸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것.
'아차, 메이드들......!'
잠시 넋을 놓던 때, 한 녀석의 공격에 오른팔에
칼날이 살짝 스쳤다.
"읏.......!"
"이런....이제 힘도 없을텐데.
그러니 그만하고 이제 내 제물이 되라." -???
"까고있네. 절대 사양이라고."
허세부리긴. 나 스스로도 허세라고
느낄정도로 난, 약해.......
약할 뿐이다. 어쩌지.....내 바로 옆에
도련님이 계시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를 믿고 지금까지 버텨온 도련님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숨을 헐떡거리는 날 보는 차가운 당주의 시선.
그리고 당주가 품속에서 꺼낸 권총한자루.
"하......뭐야? 날 죽이면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알텐데."
내가 비아냥거리며 상처난 곳을 움켜진 채
비틀비틀 일어나자 당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도 잘 알지. 암~ 잘 알고 말고." -???
철컥하고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진다.
총을 맞으면, 무사하지 못할텐데.
이젠 정말 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