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또 한 건 해결이군. 수고했다, 세바스찬." -시엘
"제 사명을 다한 것 뿐입니다." -세바스찬
아니 저기요. 댁들 일하는 건 좋은데
왜 날.........
아무래도 내가 먼저 묻기 전까지는 대답하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저기........"
"(-)라고 했나?" -시엘
아이 진짜...... 말 끊기는....백작의 말에 나는 금새 기가 죽어서 대답했다.
"가명이긴 하지만....우선 그렇...죠."
"그렇군. 세바스찬." -시엘
시엘 백작이 그를 부르자 그는 가볍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세바스찬
그러자 내 앞자리, 즉 백작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까 날 구해준 집사가 나에게 종이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글씨가 빽빽하게 적혀있다. 엄청 많아......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구나....
"이게 다......뭐에요? 아침식사...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내일 부터 네가 해야할 목록들이다. 외워." -시엘
......잠깐. 지금 뭐라굽쇼?
"뭐..뭐라구요?!"
"불만있나. 치료값이랑 목숨 구해준 값은 해야지." -시엘
"하아.........."
하루만에 직업이동이 이루어질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그것도 이렇게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아무리 그래도 나올 때 자존심 세운게 있는데....
이 두사람은 그렇다 쳐도 저택의 나머지 사람들은 어쩌지....
"걱정마세요. 그 사람들은 신경 안쓸테니까." -세바스찬
"아, 다행이......... 잠깐, 어떻게 안 거에요?"
이 인간 독심술 쓰는거야? 내가 놀라서 굳어있자
세바스찬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어디까지나, 집사니까요." -세바스찬
아, 헷갈렸다. 나는 순간, 악마이자 집사라는 말인 줄 알고 잠깐 놀랬다.
(일본어로 '어디까지나' 와 '악마이자' 는 발음이 같다. 일종의 언어유희)
아니 이게 아니지. 원래의 목적을 까먹지 말자.
"그렇다고 해도..........아니다.
그럼 이제부터 전 팬텀하이브 가의 사용인인건가요?"
내가 당연한 걸 묻자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는 건가.....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나다.
어떻게 불러야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뜬금없긴 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도련님, 세바스찬 씨."
"그냥 편하게 세바스찬이라 부르세요.
그럼 저야말로 부탁드립니다, (-)." -세바스찬
그렇게, 나는 팬텀하이브 가에서 나온지 대략 일주일 만에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내일부턴 더 열심히 하는게 좋겠다.....
그렇게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는 전개에
정작 이상한 부분은 2층 높이에서도 뛰어내려
날 받아냈던 그 집사의 정체이자
내 앞에 나타났던 기이한 현상들이었다는 걸
잊어버린채 나는 팬텀하이브 가로 돌아갔다.
".......찾았다." -???
오늘따라, 달이 너무나 밝아서.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한 밤이었던 것 같다.
[그 소녀, 첫만남]
[Fin]
마차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내 심장소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