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뒤, 그 소년은 아주 크고 의리의리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영국....인가? 집을 지은 형식이나 주변 풍경으로 봐선.
'어째서 이름이나 내 과거만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
기본 상식이나 지식은 이렇게나 생생한데.'
나의 한심함과 무력함에 한숨을 쉬었다.
한숨을 쉬자 온 몸에 상처로 인한 고통이 밀려오는 듯 했다.
다친 이유도 모르니, 더 아플 수 밖에.
"크읏........."
"조금만 참아요. 어디보자....
대체 어디로 가야돼지.....?" -???
대체 이 소년은 뭘까. 친절한 걸까 멍청한 걸까.
날 안아든 채로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고서 저택을 방황하는 이 소년.
당신 이 저택 정원사라면서요. 근데 왜 아무것도 몰라.
"아~ 어쩌지?" -???
내가 그 소년을 의심하고 그 소년이 그렇게 우왕좌왕 하던 그 순간,
누군가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정확히는 두 명 정도인 듯 했다.
이윽고 들려오는 것은, 성인 남성의 목소리.
"무슨 일이죠? 피니." -???
약간 어두운 에메랄드빛에 한 쪽 눈에 안대를 쓴 어린 남자 아이와
검은 머리카락과 연미복에 하얀피부와 적안을 가진 훤칠한 남성이
이 소년을 '피니'라고 불렀다. 그렇구나. 이름이 피니인건가.
"도련님, 세바스찬씨.
그게.....아까 정원을 장식할 꽃을
찾으려고 숲에 갔다가......." -피니
아무래도 집사로 보이는 자가 세바스찬.
어린아이가 도련님으로 불리는 걸 보니 주인인 듯 하다.
피니라는 정원사가 우물쭈물 거리자 눈 깜짝할 새에
검은 연미복을 휘날리며 적안에 흑발을 가진 남자가
이쪽으로 내려와선 정원사에게서 날 안아들어서 받아왔다.
"으읏.........."
"이런.....상처가 꽤 심하군요.
우선 제 방으로 가서 치료하겠습니다." -세바스찬
그는 날 안아든채로 2층에 있는 한 방으로 들어가
날 침대위에 조심히 내려주고는 큰 상처들을 치료해주었다.
피니라는 정원사의 응급처치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집사로 추정되는 세바스찬이란 자는 이내 옆에 있던
안경을 쓴 메이드에게 말했다.
"메이린, 대충 치료가 되었으니
당신이 붕대를 감아주세요." -세바스찬
"앗, 네!" -메이린
잠시 뒤, 이 저택의 주인인 듯 한 남자아이와 정원사,
그리고 집사로 보이는 검정색 남자가 방에서 나갔다.
안경을 쓴 여자는 낯가림이 있는 건지 조금 말을 더듬긴했다.
"저기.....붕대를 감아드릴 테니까
조금만 윗옷을 걷어주세요." -메이린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내 옆구리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아까 날 치료했던 그의 옷과는 반대로 하얀 옷이었다.
갈기갈기 찢어지고 피로 인해 붉게 물들긴 했지만.....뭐 상관없나.
어차피 기억나는 것 하나도 없으니.
"옷이 많이 헤졌네요......
우선 급한대로 제 옷을 가져왔어요.
맞으면 좋을텐데....." -메이린
그녀는 이 저택의 하녀. 즉, 메이드 인 듯 했다.
그녀는 자신의 원피스 하나를 내게 내밀었고, 나는 그것을 받았다.
"그럼 제가 입는 걸 도와드릴......" -메이린
그녀가 내게 손을 뻗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그녀의 손을 쳐내버렸다.
꽤나 으리으리한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