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위가 검붉게 물들었다. 시야가 점점 역겨운 붉은 색으로 뒤덮여 나간다.
더는 생각할 것도 없이 몸통없이 나동그라진 팔 하나를 움켜쥐었다. 질척거리는 핏물이 가득찬 방안을 헤집고 다니며 더듬더듬 입을 연다.
{"어머니."}
차가워져버린 체온이 세포 하나하나에 이어진다. 시체만이 가득한 방 안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오직 나 하나 뿐이다. 숨막히는 냄새에 입과 코를 막았다. 곧 있으면 시체가 부패할 것이다.
무뎌져버린 단도로 문을 긁었지만 소름끼치는 쇳소리만이 울릴 뿐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왜....?"}
거칠고 갈라진 목소리가 흩어져 나왔다. 머릿속이 울린다.
희미해져만 가는 정신을 애써 붙잡았다. 시체가 부패한다면 이대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앙상하게 도드라진 뼈는 젓가락처럼 가늘었고 힘이 없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이 심각한 상황에서 배는 곪아버릴 듯 당겨왔다.
상처의 원인을 없애기 위해 내 상처를 벌려야만 한다. 시린 빨간색이 모든 걸 덮어버린 이 시점 나는 해야할 일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저 사랑받고 싶단 이유 하나로 모든 것을 짓밟았다.
그게 설령-
Ep 2. 01, St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