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겨우 정신을 차리자마자 느껴진 것은 푹신푹신한 침대였다. 분명히 염라대왕과 안부를 나누었어야 정상인데. 굉장히 오랜만에 느껴보는 푹신한 이불이 느껴졌다. 들숨, 날숨. 이상은 없다. 정상적으로 숨을 내뱉고 있었다.

깔끔하게 치료된 복부가 느껴졌다. 붕대로 깨끗하게 감싼 상처부위에서 알싸한 소독약 냄새가 풍겨져왔다.
임시 막사처럼 보이는데에도 이곳은 꽤나 깔끔하고 튼튼해보였다. 눈을 가늘게 떴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어찌 되었든 감사인사는 해야한다. 떠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온다. 본능이었다. 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움츠러들고 숨을 죽였다.


"안 깨어나면 어떡하지? 물 같은걸 끼얹나?"ㅡ긴토키

"모르면 가만히 있게나, 긴토키. 이럴 땐 기다리는 것이 상책일세."ㅡ카츠라

"앗하하하! 킨토키. 꽤 백치인 부분이 있었남?"ㅡ타츠마

"시끄러-! 그나저나 '킨'이 아니고 '긴'이다! 내 이름을 마음대로 바꿔먹지 말라고!"ㅡ긴토키

"시끄럽다. 너희 모두."ㅡ신스케


....아닌 것 같아.


"어? 일어났잖아?"ㅡ긴토키


죽은 검붉은색 눈동자가 날 향하며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쭉 훑어본다. 불쾌한 그 시선에 눈살을 찌푸리자, 대충 붕대로 감싸지기만 한 내 상체가 떠올라 얼굴에 피가 몰렸다.


{"옷."}

"어?"ㅡ긴토키

{"누가 치료했어."}

"....이보게. 그것에는 피치못할 사정이...."ㅡ카츠라

{"아 그래? 치료해준건 고마워."}

"납득 빨라!"ㅡ긴토키


이불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눈만 내놓은 채로 손을 내밀었다. 악수? 라고 바보같이 웃으면서 손을 내미는 갈색 파마머리 남자의 손을 손등으로 내친 후 의자에 대롱대롱 걸려있는 옷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인 남자가 우물쭈물 옷을 내밀었다. 가만히 그것을 받아들고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 빤히 날 바라보는 시선들에 심히 곤혹스러웠다.


{"....나가."}


기다렸다는 듯 슬그머니 나가주는 그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훅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