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 천인, 양이지사 가리지 않고 죽여버린다는 최근 출몰한 대형 루키."ㅡ신스케

{"나는 꽤 겁이 많다?"}

"...하?"ㅡ신스케


공기 반 소리 반이군. 좋은 의문문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는 내 뒤에서 의문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공격을 하고 싶어서 한 적은 없어. 여기서는 최대한 많이 베지 않으면 내가 죽잖아.
난 겁이 많아서, 나한테 무기를 들고 달려드는 것들을 보면 살고싶어져. 그래서, 죽이지."}


선물로 무엇을 원하냐고 묻는다면 내일을 원한다고 대답 하리라. 짧지만 영원하게 느껴지는 이곳의 생명은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꺼져나간다. 어제만해도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었던 전우가 하루 아침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다. 아니, 오히려 시체라도 찾는다면 다행이지.
죽은 전사자의 시체를 밟고 진군한다. 역사에 한 줄로 간단히 기록될 이 전쟁은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면 혼란스러운 지옥이다.


{"눈에 지옥을 담고. 내가 살기 위해 내 상처를 벌려야해."}


천인과 인간의 비명소리와 쇳소리가 귀를 강타했다. 귀를 찢어버릴 듯한 기세로 들려오는 소음에 정신이 없었다.

근데, 밥을 먹은지 며칠이 지났더라.

누적된 피로와 온 몸에 아로새겨진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칼을 들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물로 목이라도 축이고 싶었지만 아까 전 그 빌어먹을 피를 씻은 덕분에 물통에는 물이 한 두 방울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나눠보는 대화였다. 이대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


{"힘들다. 그치."}


너도, 나도. 모두 마찬가지.

지쳐있는 몸뚱이를 이끌고 전장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목적없는 분노. 전쟁이라는 이름 하에 너희들과 나는 분노를 풀기 위해 이 별에서 숨을 쉬고 있는거다.

칼을 베는 그 행동 하나에 담긴 무게를 너희들만큼은 알고 있으리라. 어리광을 부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단 것을 너희들만큼은 알고 있으리라. 심장에 쌓인 증오를 해결할 최선책은 이것 뿐이었단 것을 너희들만큼은 알고 있으리라.

굳이 말을 걸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굳이 가까이 다가가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직감이 내게 말해준다.

무언가, 그 무엇인가가 알려주는 것과 같이 나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그건 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은. 나와 꽤 비슷해.
이 녀석 이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