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감사인사를 하고 내 딴에는 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헤어졌다. 아니, 헤어졌었다.


"여어. 또 만나네?"ㅡ긴토키


그래. 분명히 헤어졌어야 하는데. 그래야 맞는데.


"이야. 깔끔하게 잘랐네. 여자 맞냐?"ㅡ긴토키


내 뒤를 따라오며 쫑알쫑알 나불대는,


"우리랑 같이 지내자니까? 인력 부족이라고, 우리."ㅡ긴토키


이 남자는,


"오이. 듣고 있냐?"ㅡ긴토키


도대체 왜!


"투명인간 취급이냐! 난 인간도 아닌거냐! 상처 받았다고!"ㅡ긴토키

{"나불대지 마. 시끄러우니까."}

"아, 미안."ㅡ긴토키


이렇게 말했으면 가야 정상이잖아!


"왜 혼자 다니는거냐? 죽고 싶어?"ㅡ긴토키


인내심의 한계가 오고 있었다. 쫑알쫑알, 시끌시끌. 뒤를 졸졸 따라오며 나불대는 그 입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고 있었다.


{"너....!"}

"너! 내 동료가 되라!"ㅡ긴토키


생각없이 꺼냈음이 분명한 그 말에,


"어? 듣고 있냐 임마?"ㅡ긴토키

{"....."}


철렁-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자상할 수 있는거지?"}

"어?"ㅡ긴토키

{"내버려둬. 나에게 가까이 오지마. 피해입는 건 오직 너희들이야.
날 죽게 내버려둬. 살기를 기대하고 이 전장에 뛰어든게 아니야. 신념, 지켜야되는 것 따위 없어."}

"......"ㅡ긴토키

{"모르겠어? 죽기 위해 온거야."}


뿌리쳐야만 한다. 따뜻하게 심장께로 파고들어오는 이 손길을 받아들여 다시 괴로워하기는 끔찍하게 싫다.
다정한 그들의 말을 듣고, 아스라히 퍼져나가는 그들의 따스한 체온을 느껴서는 안된다.

그들을 사랑하게 되어, 그들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는게 싫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어 다시 괴로워하기는 싫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 전신을 휘감아왔다.

연어가 자신의 고향으로 되돌아가듯, 따뜻함을 쫓아 더욱 더 그들을 원하게 된다.

심장 속 틈새 사이로, 더욱 깊이.


"뭐야."ㅡ긴토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닮았잖아, 너."ㅡ긴토키


히죽 웃으면서 흘러나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것마저 싫다고 하면 앞으로 귀찮게 안 굴게.
따라올래, 남을래?"ㅡ긴토키


따뜻함이 전신으로.


{"....."}

"앙?"ㅡ긴토키


그래. 나는 필시 간과하고 있었으리라.

홀로 방황한 시간이 길었기에, 나의 존재가 죄악이라는 것을 지독히도 아프게 깨달은 후. 아무에게도 피해주지 않겠다고 다짐하여 홀로 견뎌온 그 시간이 길었기에, 나에 대해서 모조리 알게 된다면 누구라도 날 혐오스러워 하리라는 그 잔혹한 진실들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에 쉽게 뿌리칠 수 있으리라고. 그리 생각해왔다.
혹여 그들이 날 받아들이더라도, 내 존재는 언제나 잠재적 위험이었다. 그리하여 마음을 굳혀왔다. 감정을 숨겼다.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그리 할 수 있으리라 믿어왔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간절했기에, 또 누구보다도 그리웠기에 순식간에 그 다정함에 빠져버리게 된다는 것을. 그건 마치 마약과도 같아서, 경험하는 순간 절대로 그것을 끊지 못한다는 사실을 난 간과하고 있었다.



{"따라가고 싶어."}


마약과도 같이.
기다렸다는 듯 슬그머니 나가주는 그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