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개꿈이야."}


검에 기대 꾸벅꾸벅 졸다가 깜박 잠들어버린 것 같다. 겨울치고는 제법 따뜻한 날씨에, 연기로 덮여버렸던 하늘마저도 오늘은 쨍쨍하게 개였다. 무기와 피가 난무하는 이 빌어먹을 상황 속에서 무섭도록 맑은 날씨다.


음.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시체들만 좀 치워주지 않을래?


새우잠을 잔 덕분에 허리에서부터 상큼하게 우드득 소리가 들려왔다. 입에서 들려오는 괴음과 함께 기지개를 쭉 피고 허리를 숙이며 시체들을 뒤적거렸다. 이것들만 없었다면 베스트 컨디션이었을 텐데.
오늘도 뭐 주워먹을거 없나하며 계속 뒤적거리는데, 어제 그렇게 날뛰었나. 시체가 참 그레이트 언빌리버블하다. 새삼스레 나의 폭력성에 헛웃음을 지으며 그새 피에 절어버린 손을 터는데 어라, 칼? 의외의 잭팟이다. 마약이나 19금 딱지를 붙여야 할 물건들도 어렴풋이 보이지만 그런건 패스. 마약은 복용하는 사람들이 허다했고, 나 역시 경험한 적이 있었지만 몸이 약을 완강히 거부한 덕분에 그만뒀다.

해가 쨍쨍해서 뒷골목에까지 빛이 스며든다. '굿 모닝'이라고 답례라도 해줘야하는 걸까. 하지만 이 상황은 기운차게 빤짝거리는 햇님을 향해 손을 휘적거리며 '굿 모닝!' 이라고 힘차게 소리칠 정도로 생기발랄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안녕, 으로도 충분할것 같다.

좁디 좁은 골목 사이로 벌써부터 금속음과 폭발음도 간간히 들려온다. 최고급 3D 마냥 생생하게 다가오는 상황에 입술을 틀어올렸다. 살결에 부딪히는 칼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그만 흩날려! 눈을 가리잖아!

겨우 일어서 있을 만한 공간에는 이제 전장으로 나가게 되는 통로가 유난히 눈부시게 보여지고 있었다. 질척한 시체들을 하나하나 밟으며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이제 한 걸음만 더.

앞을 바라보던 눈을 감았다. 오른 다리 하나를 앞으로 내밀며 킥킥 웃었다. 이다지도 마음이 편한 적이 있었던가. 잠시 숨을 길게 들이키며 오늘도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아까 전에 주운 칼을 뻗음과 동시에 눈을 떴다. 오른 발을 내미는 것을 신호로 도약하며 나에게로 달려드는 양이지사 하나를 벤다.


{"안녕."}


Good 이란 형용사를 붙일만큼 난 가치있는 자가 아니다.

그게 설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