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왜."ㅡ히지카타
{"취했구나."}
"그래. 조금."ㅡ히지카타
거의 다 타 버린 담배꽁초를 발로 비벼 끈 히지카타가 후...하고 숨을 내뱉었다. 하얀 입김이 새어나오며 시야를 가렸다. 저 건너 연회장에서는 막부 고위 관리들의 웃음소리와 그를 잔잔히 받히는 샤미센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왜 마셨어. 오늘 쇼군 호위잖아."}
"콘도 씨가 거절하는데도 억지로 입에 들이붇더군. 쇼군께서마저 가세하시는데 별 수 있나. 입 다물고 마셨지."ㅡ히지카타
{"....인정."}
'너야말로 왜 여기에 나와서 농땡이 치고 있는거냐'-가 나와야 정상이겠지만 잠자코 상황설명을 하는 것을 보니 조금 정도는 취한 듯 하다. 약간 풀린 눈으로 라이터를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지던 히지카타는 라이터를 연회장 안에 두고 왔다는 것을 기억해내고서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럼 수고. 난 들어갈게."}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또각또각 걸어가는 발,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걸어가는 발. 히지카타를 지나치는 그녀의 손목이 히지카타의 손에 의해 잡혀버린 것은 그야말로 한 순간이었으리라. 한 손 안에 들어오고도 한참이 남는 손목을 그러쥐고, 히지카타가 그녀의 뒤에 꼿꼿이 섰다.
어? 반문할 새도 없이 히지카타의 허리가 점점 굽혀지고, 히지카타가 제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 술기운에 뜨거워진 히지카타의 뺨이 그녀의 뺨에 닿자 그녀가 흠칫 몸을 떨었다. 오싹한 기분에 그녀가 미동도 하지 않자, 히지카타가 서늘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쥐었다. 얼굴을 어깨에 묻자 히지카타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뺨을 간지럽혔다.
"술이나 깨게...."ㅡ히지카타
낮게 가라앉은 히지카타의 목소리에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잠시만. 이렇게 있지."ㅡ히지카타
그녀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테라스를 꽉 쥐었다.
떨쳐내려는 듯한 생각은, 없어 보였다.
:부장님이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