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럭........!"

목구멍으로부터 올라오는 비릿한 느낌과,
몸은 부숴질 것을 예감하기라도 한 듯 비명을 지른다.
머리가 아파서 이제는 앞을 보지도 못할 것 같다.
속은 뒤틀리고, 그들이 나에게 행하는 실험을 막으려
특기를 시도하면 입에서 비리고 붉은 액체가 어김없이 토해져나온다.

"정말 독하네.... 그냥 가만히 있는게 더 편할텐데......" -연구원1

"쿨럭 쿨럭...... 크으........."

아파. 아파. 아프다는 말 밖에는 생각나지 않고,
아프다고. 괴롭다고. 살려달라고. 그 말만 밖에서 들려온다.
다른 혼혈들은 죽게되도 상관없다. 하지만 난 죽으면 안되는 실험체.
그런식으로 말하는 그 영감의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 말은 즉, 어떤 상태이던간에. 얼마나 아프고 괴롭던 간에
나를 몇 번이고 살리고 난 또 그렇게 고통받겠지.

"식사는 해. 굶어죽어." -연구원1

"차라리....윽.... 그게 낫겠......
뭘 타놓았...을 줄 알......"

연구원은 한숨을 쉬면서 식사랍시고 준 빵을 조금 먹으며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뒤 유리방 안에서 나갔다.

"병신들........"

굶어죽어? 영양주사라도 맞춰서 살려놓을거면서.
내 피를 가져가서 연구하고, 억지로 특기를 사용하게 만들고.
그리고 또다시 다른 주사를 놓고서 각각 반응을 보고.
이 실험이 무슨 실험인지 정도는 이미 파악했다.
나도 이곳에 오기전엔 선생님의 조수이자, 연구원에 맞먹는
공부와 일을 해왔으니까.

'싸이코 자식.......'

나라에 충성하는 군인이니 불로불사니 뭐니 하겠지.
속도나 완력을 강화한다던가, 특기를 억지로 위력을 올린다던가.
그렇게 몇번이고 반복해 정신까지 아예 망가뜨려서 써먹을 생각?
역겹다. 누가 그 정도에 굴복할 줄 아는건데.

그런데.

"어디........."

그런데 왜. 어디에.

"어디야........"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구해줘........."

선생님도 오빠도.
내가 그들을 아무리 애타게 불러보아도 오지 않는다.
돌아오는 것은 다른 이들의 비명소리 뿐.
여기는, 그 영감의 연구시설과는 조금 다른 곳인가?
그래서. 선생님과 오빠도 이곳을 모르는 걸까.

"오늘도 굶는건가. 쯔쯔......" -소장

힘 없이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굶으면 뭐. 실험체가 하나 사라질 뿐 아냐? 당신한테는.

"내가 언제 먹지 말라고 했나. 아무것도 타지 않았으니 안심하게." -소장

"멀쩡한 여자애 하....나를....
이 꼴로 만들....어놓고서.... 안심..하..라고?"

나는 이를 으득 갈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대로 죽기를 기다린다고해서 저것들이 날 죽일리도 없다.
선생님도 오빠도 오지않아. 온다고 해서, 다시 아무일없었다는 듯이
지내게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럴리가 없다.

"......설마 아직도 이호 군과 백모래 군을 기다리는건가?" -소장

그 말 한마디에 다시 눈이 번쩍 뜨였다.
바닥에 쓰러진 채 째려보자 그것이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껄껄 웃으며 이내 그는 소름끼치는 미소로 말을 이어나갔다.

"바보같군.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희망을 거는 꼴이라니." -소장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이제는 관심도 없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으면서 왜 나는 저 자의 말을 듣고있는거지?
듣지마. 헛소리다. 여기서 흔들려서 모든 걸 놓아버리면 지는거다.
이것은 싸움이다. 이겨야한다.

"확실히 자네에게 직접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소장

그 자는 그러더니 가운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낡은 종이를 꺼내고는 피식 웃어보였다.
이내 나에게 그것을 보여주었고, 나는 그대로 다시 굳어버렸다.

"결과적으로는 자네가 여기있는 건 그들의 탓일지도." -소장

낡아서 조금 누렇게 바랜 사진 두 장.
몇 년 전 오빠가 계곡에서 떨어질 뻔 했을 때 특기를 쓰는 내 모습과,
선생님을 도와 빨래의 습기를 특기로 빨아내는 내 모습이 찍혀있었다.
언제? 어떻게? 감시카메라가 있었다면 선생님과 오빠는
알아챘을 법도 한데.

"원망을 하던, 복수를 하던 그건 자네 자유겠지만." -소장

그는 그 낡은 사진을 찌익 찢어버리고선 바닥에 버린 뒤
언제나처럼 등을 돌려 연구소에서 나가버렸다.

"복수......할거야......"

이젠 다른 이들의 비명소리마저 들려오지 않을 만큼,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죽일거야......."

또한 분노했다.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일 것이다.


그들이 아닌, 당신을.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