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제 손가락 보여요? 몇 개?" -오르카
"3개, 3개. 이제 괜찮다니까 그러네......"
실험을 받고 3일 간 깨어나질 못했다.
그렇게 깨어난 뒤에도 내 눈, 머리색은 변함없이 검정이었고.
심지어는 일어났을 때 눈이 흐릿하여 오르카도 알아보지 못했었다.
"저 때문에..... 게다가 (-)님은, 순혈 인간인데 왜....." -오르카
"또 그 소리. 자꾸 니 탓하면 앞으로 빵 안 나눠줄거다?"
그렇게 눈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오르카가 수발을
어느 정도. 아니, 다 들어주어서 불편함은 없었다.
그 실험으로부터 2주. 이제 시력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오르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눈 앞에서 손가락을 흔들며
계속해서 몇 개인지 물어왔다.
"그런데 머리색이랑 눈색은.... 돌아오지 않겠죠....." -오르카
"응. 한 가닥 뽑아봤는데, 모근까지 검게 된 걸 봐선....
아예 바뀌어버린 것 같아.
눈은 특기를 쓸 때만 다시 파랗게 돌아오긴 하지만."
오르카는 다시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하여간. 꼭 내가 아는 하얀 누구씨만큼이나 착해서 탈이네.
따지고 보면 어차피 나, 어렸을 땐 이 머리색 좋아하지 않았지.
물색같아서. 괴물이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봐. 검정이지? 너랑 같은 색이잖아."
나는 내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 번 빗어내리며
다른 손으로는 오르카의 머리카락을 빗어내렸다.
미끌미끌.... 범고래 혼혈이라 그런가? 샴푸바른 것 같다.
너랑 같은 색이라는 말이 마음에 든걸까.
오르카는 볼을 조금 붉혔다.
"오르카. 내 바뀐 모습이, 이상해?"
"아뇨......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르카
오르카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처음 만졌을 때는 손을 피했지. 머리 감촉이랑 혼혈이라는 것 때문에
차별이라도 받은걸까. 무슨 문제야? 매끈거리기만 한데.
"그렇다면 모습이 어떻게 변하던 상관없지않아?"
변해버린 이 모습을 볼 때면 과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것 같다.
오히려 이 검정색의 눈과 머리카락을 보면 예전일이 더 생생해져.
「괴물, 아니니까. 넌 그냥 너야.
다시 또 과거의 기억이 괴롭힐 때 널 도와줄 마법의 주문이야
넌, 그냥 너야.」-백모래
그래. 이럴 때, 과거의 기억이 날 괴롭힐 때 도와줄 주문.
너무나도 소중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내게 가르쳐주었던. 그 한마디.
"난, 그냥 나야."
그 한마디는 돌고 돌아 내 앞의 이 아이에게 까지 전해졌다.
내가 웃으며 말함과 동시에 자신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철컥 소리에 오르카는 뒤를 돌아보았다.
연구원 둘. 그리고,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의 쇠사슬을
쥐고서 끌고가기 시작했다.
"돌아갈 때가 됬다. 다시 네가 있을 곳으로 돌아갈 때가." -연구원1
"걱정마라. 약간의 거래 덕에, 앞으로 아플 일은 없을테니." -연구원2
"거래.....? 윽.... (-)님....! (-)님.....!" -오르카
오르카는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내 빌어먹을 영감은 내 앞까지 다가왔고,
그리고는 나와 눈을 마주하다가 변해버린 눈 색과 머리색을 보고선
킥하고 짧게 웃는다.
"약속은, 지켜."
"걱정말게나. 저 아이는 어차피 팔이 썩어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자네와의 약속대로 더 이상의 실험은 하지 않겠네.
물론 식사도 나름 줄 것이네." -소장
그 말에 오르카는 저항을 그만두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그 아이에게 눈으로 말해보였다.
괜찮아- 라고.
"대신. 더 힘들어 지는 것은 감수해야 할걸세." -소장
"상관없어.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삶이라서, 말이지."
결국 당신이 원하는대로 됬군.
짜증나지만, 정말 짜증나다 못해 살의가 끌어넘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너도 모르는 힘을 실험을 통해 얻고,
괴롭지만 힘들게 숨겨온지 꽤 되었다.
그러니까, 그 때까지만.
"하지마세요, (-)님....!!" -오르카
벌써 유리방 밖까지 끌려나간 오르카는 유리벽 너머에서
내게 손을 뻗으며 몇 번이고 내 이름을 불렀다.
여기서 쓸데없는 말을 했다간, 이 빌어먹을 영감에게
틈만 보이는 꼴이 될 뿐.
'미안해.'
나는 그렇게, 바깥에서 날 부르는 그 아이에게
'지금의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미소지어보일뿐.
지금의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반드시. 반드시 다시 찾으러 갈게. 그러니까.....
"울지마, 오르카."
소장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어감과 동시에 오르카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그럼, 내일 부터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소장
그도 이곳에서 나가버렸다.
'이상향?'
유토피아(Utopia). 내 실험체명을 피아라 지은 이유.
'유토피아?'
이상향을 제외한, 유토피아의 또다른 뜻은 보지 못하는건가.
역시, 당신은 역겹고. 또한 어리석다.
'현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그 뜻따위. 당신이 꿈꾸는 이상향 따위는.
당신이 늘 말해오는 유토피아의 진짜 뜻은,
현실적으로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겠어.'
당신이 검게 물들인, 내가.
[Main Story : 희망고문, 그리고 엇갈림]
[To be continue........]
.......잘 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