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포트를 써서 산의 중턱까지 왔을 즈음, 입에서
검붉은 피가 조금 새어나왔다.
역시 아직은 완벽하게 적응이 되질 않은걸까.
우선 아래에 가서 약을 좀 찾아보고 적응되는 약을 만들어야겠다.

'..........그곳에, 있을까.'

이호 선생님과 백모래 오빠가 있다면 지금 몸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은 금방이겠지.
오르카의 썩어가는 팔도 고칠 수 있어.
소장의 컴퓨터를 뒤지다가 오빠에 대한 것을 보았다.

'그런 특기가 있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오빠는 나 까지는 아니더라도 실험체로 지내기는 했을 것이다.
오빠도 구하고, 오빠의 특기인 '정화'로 오르카도, 나도 고칠 수 있어.

"윽........"

조금 쉬니 다시 특기를 쓸 수 있다.
이 정도 거리면 앞으로 3번 정도 텔레포트하면....
그렇게 한숨과 함께 입 안에 고인 피를 내뱉었다.
그렇게 멍하니 바닥을 보며 쉬다가 시야에 들어온 것.

"........산짐승,인가?"

바닥에 있는 혈흔.
그리고 희미하지만 피가 발자국처럼 남아있다.
산짐승? 탈출한 실험체? 누군가가 이 산을 가로질러
갔다는 것을 알 수있었지만, 나는 우선 산 아래로
내려가기로 하고서 다시 텔레포트 했다.

"크윽..... 어서 약을......"

계속된 텔레포트 사용으로 비틀거리는 몸을 힘겹게 가누며
고아원이 아닌 연구소 방향으로 향했다.
그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으면 좋겠어.
그 세 사람을 제외하고, 이런 날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
그렇게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읊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런 냄새도 느껴지질 않아.'

구역질이 날 만큼 비릿한 피냄새를 계속해서 맡은 탓일까.
나는 연구소 근처의 냄새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아까처럼 공기 중의 물방울을 얼려 만든 칼 두자루를
양손에 쥐고서 문 앞에 서서 이를 으득 갈 뿐.

'안에, 누가 있을까.'

연구원들? 혼혈들? 오르카? 빌어먹을 영감? 이호 선생님? 백모래 오빠?
그들 중 적어도 한 명은 이 문 너머에 있겠지.

'만약 선생님이나 오빠가 있다면......'

처음에 여기에 오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던 때에는,
그 누구도 죽이지 않고 그저 그들의 곁으로 가고싶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런 것을 신경조차 쓰지 않을만큼,
나는 복수가 하고싶고 내가 믿는 정의와 신념을
보여주고 싶으며 또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자들을 구하고싶다.

'.....아냐.'

하지만, 어떻게 해야하지?
그 어느 쪽도 놓을 수가 없어.

'그런건, 아냐.'

그렇다고 소중한 이들이 내게 실망하고 돌아서도록,
아예 그들을 놓아버리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눈 앞에서 내가 사람을 죽여도 날 용서할까?

".........머리 아파."

나는 손을 한 번 휘둘렀고, 염력에 의해 굳게 닫혀있던
문이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이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붉은 색 뿐.

"피.......?"

그 어느 쪽도 놓을 수 없는 난 어쩌면 이미.

"왜..... 여기도 위의 풍경처럼....."

어쩌면 이미,
내가 돌아갈 곳 따위는 없다는 것을.

"........죽어 있, 어....?"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한 가지만 생각해야할 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