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
전부, 죽었다.
이 내가. 이 손으로 직접, 죽인거다.
더 이상 이곳에는 살아있는 것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직, 나를 제외하고. 거슬리는 기계음과 끊어진 전선으로부터
일어나는 스파크의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울려퍼지고,
내 손에 엉겨붙은 피의 비릿함에 나는 그저 눈을 감았다 떴다.
"돌아갈래."
분명 저번에 들었던 말로는 오르카는 아래시설에 있다 했다.
그 말은 즉, 이 산을 내려가면 원래 내가 있던 곳으로....
".........선생님도, 오빠도, 오르카도."
우선 오르카를 구한 뒤, 선생님께 가서 치료를 받자.
선생님이라면, 그 아이의 팔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그 다음에는 오빠와 선생님, 오르카까지
함께 이 나라를 떠나는거야.
오르카에게 여러가지도 가르쳐주고, 다시 예전처럼-
'예전처럼.....?'
예전처럼 돌아가려면, 똑같은 나여야하는데.
그 때의 나, 그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고, 싶어.'
그 순간, 유리에 비친 내 모습에 나는 괴로워져서
그대로 손에 쥐어진 유리조각을 꽈악 쥐었다.
붉은 피가 조각을 타고 흐르고, 나는 이내 그것을 부숴버렸다.
'그럴 수.... 없어.....?'
머리카락과 눈의 물색. 그 안의 바다는 사라진지 오래.
괴물같이 변해버린 힘과 속도.
복사한 특기와 자신이 죽인 자의 특기를 빼앗는 특기.
그리고, 특기를 사용할 때마다 푸른색으로 잠시나마 돌아오는 눈 색.
피로 물들어버린 이 몸을 이끌고 간다고 해서.
그토록 바라던 탈출을 이룬다고해서.
'알고 있잖아.'
예전처럼 돌아가지는 못한다.
'이미.... 알고 있잖아.......'
이렇게 변해버린 나도, 안아줄 수 있을까.
피를 손에 가득 담은 채 검게 변해버린 이 눈동자로
웃고있는 나여도 예전처럼 다른 이에게 안길 수 있을까.
무서워. 기대는 작지만, 실망은 너무나 클까봐.
'우선, 내려가자.'
그래. 뭐가 됬던간에, 어디던간에 이곳보다는 나을꺼야.
적어도 오르카는 괜찮을거야.
구하러간다고, 약속했으니까. 내가 지켜야할 것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게 맞겠지.
"텔레포트로 가야하나......"
그렇게 연구소를 거의 나설 즈음, 누군가가 이곳으로
다급하게 뛰어오는 듯한 소리에 나는 텔레포트를 하려다
멈추고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이곳으로 들어온 그 자는, 피투성이 시체가 된 연구원들을
보며 놀란 표정으로 서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녹턴
처음에는 그 자의 머리색과 사람과는 달라보이는 그 눈동장에
멍하니 있었다. 신기하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어.......?" -녹턴
그런 그 자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적어도 마지막에는 웃는 얼굴로 보내주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