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

대체 얼마나 잔 거지...... 그것도 소파에서.
눈을 뜨고서 나는 시계를 찾기 위해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뭐야. 11시 잖아. 벌써 밤인건가.....

"5분만 더 자자......."

5분만 더 자고, 아예 밤에 일을 다 하는게 낫겠다 싶어
다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내 귀에 들려오는 것은 지저귀는 새의 소리.

".........짹짹?"

나는 벌떡 소파에서 일어나 창 밖을 보았다.
형광등이 아니라 햇빛이었다니.
나 대체 얼마나 잔 거야? 게다가 아무도 안 깨웠어?
어차피 어제 일은 미리해서 상관은 없지만.......

".......일단 좀 씻자."

거울을 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나는 욕실로 들어가 후다닥 씻고서 대충 수건만 몸에 감고서
나와 내 옷을 찾았다. 그렇게 대충 옷을 찾고서 입으려고
수건에 손을 가져다대는 순간,

"(-)!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안 나오는......" -백모래

타이밍의 신이 있다면. 어지간히도 내가 싫으셨던게 아닐까.

"멍 때리지 말고 나가-!!"

"어.....미...미안!!" -백모래

나는 물을 조종해 오빠를 문 밖으로 밀어내고서 문을 닫아버렸다.
나 참 노크 좀 하라니까 그 말은 지지리도 안 쳐듣지.
나는 진정하고서 옷을 갈아입은 뒤 특기로 머리카락을 빠르게 말렸다.
그리고 하얀 가운을 걸친 뒤 문을 열고 나가자, 벽에 기대어서있는 오빠가 보였다.
나 참. 부끄러운 건 이쪽인데 왜 댁이 더 당황하냐고.

"그...그러니까 아까는........" -백모래

"됐어. 그닥 큰일도 아닌데 뭘."

"그런 건 큰일맞아.....!!" -백모래

그렇게 우리 둘 소리가 복도에 계속해서 울려퍼지자
저쪽 끝에서 이쪽으로 오는 이호 선생님이 보였다.
아, 다른 언니오빠들은 선배라 하지만 난 조수이기에
그냥 선생님으로 부르고 있다. 뭐 그쪽이 익숙하기도 하고.

"아, 선생님~"

내가 웃으며 달려가자 선생님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그게 어딘가 모르게 곤란하다는 듯한 웃음이라서
의아해하고있을 때, 선생님 옆에 보이는 영감 하나.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나? 몰랐구만." -소장

나는 그의 말에 아무말없이 고개만 까닥여 인사했다.
오빠도 이쪽으로 왔고, 소장은 오빠와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요즘 일이 없을텐데, 뭐하고 지내는가?" -소장

"뭐...... 다른 분들 도와드리던가 선생님 방 청소......"

"일이 없어도 부지런하구만, (-) 양." -소장

그 쪽 칭찬 들으려고 한 일 아니니까 관심 좀 꺼주시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겨우 다시 삼켰다.
참아라 선생님이랑 오빠 앞이다 어제도 나 때문에 불편했을
선생님이랑 오빠다 참아라 참아.....

"그렇다면 취미생활을 가져보는 건 어떤가?" -소장

"취미.......?"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소장이 이내 말을 이었다.

"그래. 자네는 너무 일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어.
쉴 요소가 있는게 좋을 지도 모르네.
가령 식물을 키운다던지.... 아, 하지만 동물은 안되네." -소장

취미라..... 그건 맞는 말일지도.
확실히 나, 너무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의 말에 알겠다고 말하고서
먼저 연구원들에게 향했다.

식물이라.
확실히 물로 키우니 특기 조절에도 괜찮겠지.

식물에는 그닥 좋은 추억이 있지는 않지만.....

'언제까지고 이럴 수는 없지.'


그래도 조금은.

여유라는 것을 가져볼까.
자버렸던 것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