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실하고 물이 떠올라 자신을 받아낸 뒤 내 앞까지 데려오자
오빠는 말없이 고개숙인 나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없는 것을 곁눈질로 확인하고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지금 오빠의 표정을 보는게, 겁나. 무서워.
"..........(-)." -백모래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나조차 모르겠다.
오빠 몇 번이고 불러도 그저 고개 숙인 채 아무말없이 있을 뿐이었다.
내 이름 부르지마. 울어버릴 것 같아.
이런 상황에서까지 언제나와 같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오는
당신 때문에 울어버릴 것 같아.
특기로도 눈물 막는게 버거울만큼.
그런 나에게, 오빠는 다시 손을 뻗었다.
"그거, 네가 한 거지? 어떻게 한......." -백모래
".........이거 놔."
하지만 나는 그저 그 손을 뿌리칠 뿐이었다.
오빠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미간을 조금 좁히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이것 때문이었어.....?" -백모래
그 한마디에 나는 감고있던 눈을 떴다.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는 듯 했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열지마. 더 이상 그 입 열지마. 그 다음말은 듣고 싶지 않아.
결국 또다시 예전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뿐.
그래. 어차피 언젠가는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면서도 왜 우는거냐, 나.
"내 눈 보고 말해, (-).
지금까지 너와 나 사이에서 내가 느낀 거리감이. 이것 때문이었어?" -백모래
나를 이렇게 몰아세우는 것에 대한 분노보다는
미안한 마음 부터 먼저 들었다.
나 때문에. 그런 거리감을 느끼고 있을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나만 숨기면 된다고 생각했던 나 때문에.
그래서 오빠의 말이 더욱 비수처럼 심장을 파고들었다.
내 손을 잡고서 타이르듯 말하지만.
분명 날 이해하려 노력해주지만.
「네 심정은 알겠지만, 이러면 선생님 입장이......」순간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흘러나온 목소리와 모습이
겹쳐보여서 그 손을 뿌리치고
화를 내버렸다."그래!! 그래 나 괴물이다 어쩔래!!
이상한 능력이나 써서 놀래키고 해끼치는 괴물이라고!!
이제 됐어?! 됐냐고!!"
"
고작........" -백모래
내가 씩씩 거리며 소리치자 오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반 쯤 감았다.
이대로라면 당신은 반드시 돌아서겠지.
고작 이 정도 가지고 이러는 날 보고서.
그리고 내가 이 때까지 속여왔다는 것을 알고서.
나도 혼자가 좋은 건 아냐. 오히려 외로우면 견딜 수가 없어.
너무나도 아파. 아무리 다쳐도 이렇게 까지 아프진 않았는데.
여기가 아프면 어떻게 해도 해결이 안돼.
차라리 몰랐다면, 편했을까. 혼자였을 땐 전혀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이라는 이름의 감정.
한 번 따스함을 맛보게 된 뒤에 잠시 혼자가 되어버리면
사무치는 외로움이 찾아온다. 처음부터 괴물인 내가,
당신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끝내 깨닫지 못한 것이 이렇게 변질되어 버린게 잘못이었을까.
나는 그렇게 더이상 뭣도 안되는 후회를 하며 푸른 눈을 일그러뜨리듯 감아버렸다.
"고작...... 고작 그런 것 때문에 혼자 앓은 거야, 바보같이?!" -백모래
그런 내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서 소리쳐 오는 그.
놀라서 고개를 들었을 때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시울이 붉어진 채 날 바라보는 오빠가 보였다.
저 눈은, 언제나의 오빠의 눈이다.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던 그 눈. 어째서 변하지 않은거야?
대체 어떻게 오빠는 그렇게까지 다른 사람을 놓지 않을 수 있는거야?
"나도 알고 있어. (-), 너 같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아직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쯤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 안에 날 멋대로 껴넣지마!!" -백모래
아아, 나 바보구나.
또 다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날 그렇게 보아왔던 이들과 같은 취급했다는건가? 이 사람을?
이 때까지 도망만 쳐 온 주제에 그런 말할 자격은 있는건가, 나?
그렇게 한참 혼란속에서 허우적대며 말없이 있는 나를
슬프고도 이해하려는 눈으로 바라보던 오빠는 이내 이어말했다.
"정말로 네가, 나를 믿지 못했던 거라면, 납득 시켜.
왜 너 혼자 앓아온 건지. 그리고......." -백모래
그리고는 내 눈에 맺혀있는 눈물을 살짝 닦아 준 뒤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나보다 몇 배는 큰 오빠의 품 안. 따뜻해. 그리고, 이상해.
오빠는 나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은 채로
나를 그렇게 한참 안고있다가 잠시 뒤 얼굴을 마주했다.
"고마워, (-)..... ....
날 위해 이 때까지 힘들게 숨겨왔던 것을 보여주어서....." -백모래
웃는 그 표정에 나는 확신했다.
이 사람은, 백모래. 그저 백모래 오빠구나. 평소와 같은 오빠구나.
나를 이해하고 나를 다시 제대로 웃게 만든 사람이구나.
"이젠 울어도 좋으니까...... " -백모래
그리고 내게 저렇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 한마디에 나는 나 자신에게 걸던 특기를 풀어버렸고,
눈물뿐만 아니라 울음마저 터져버렸다.
바보같이. 필요한 것은,
"그러니까. 혼자서 참지마." -백모래
이미 가지고 있었는데도-
잃고 싶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