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디서 난 거야?" -이호

아이가 머뭇거리자 이호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부당한 일을 할 정도로 본질이 비뚤어지진 않은 듯한데

....
이호는 순간 뇌리에 스치는 생각을 말했다.

"혹시 훔쳤......." -이호

"........저런 걸 파는데가 있을 거라 생각해?"

이호는 다시 원점으로. 또다시 한숨을 내쉬는 그다.
아이는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그 작은
입술을 달싹여 말했다.

"오늘 산에 가서, 잡았어."

그 한마디에 방 안이 고요해졌다. 몇 초 뒤, 이호는 놀란 눈으로
아이를 멍하니 보다가 이내 헛웃음을 지었다.

"하하..... 거짓말 하면 못 쓴....." -이호

"그 때 아저씨도 그렇게 해서 금방 잡았어."

이호는 마지막 말에 더 이상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확실히, 성인 남성 둘을 이런 아이가 잡는다는 것 조차 말이 되질 않지만.
일호 형이 편지로 장난칠리도 만무하고 소장의 태도를 생각하면......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던 이호의 머릿속에 스치는 한 단어.

"..........특기." -이호

"응?"

'특기'.그 단어로 모든 정답에 닿을 수가 있었다.
소장이 말한 이상향을 이룬다는 말도, 지금 이 상황도.
이내 일호는 그 아이의 어깨를 붙잡고서 말했다.

"너, 특기를 가진거냐......?" -이호

아이는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이 녀석은 특기라는 것 자체의 정의를 모르려나.
이호는 쉽게 설명할 방법을 고민했다.

"너 혹시 신기한 능력을 쓸 수 있거나, 아니면......" -이호

"있어."

역시. 이호는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이 아이가 마음을 열어준다면 좋으련만.

"보여줄 수, 있어?" -이호

이호의 말에 우물쭈물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
조금은 기대의 부푼 마음으로 있는 이호. 그리고 잠시 뒤.
어째선지 목이 점점 따가워져 왔다.

"뭐야, 공기가 왜 이리 건조해지는......." -이호

그리고 앞을 보았을 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이건 뭔......" -이호

그의 눈 앞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물.
작고 둥근 물방울들이 이 방 안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아이는 그저 손가락을 들어 지휘하듯이 휘젓고 있었다.
그러자 그 작은 물방을 들이 모여선 큰 물방울이 되었다.

"몰라. 어릴 때 부터 이랬어. 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이건, 공기 중의 물을 끌어내어 모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아까 공기가 갑자기 건조해졌던 건가.
이호는 이내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이는 이내 그 물방울을 다시 분해해 공기 중에 녹아들게 두었다.

"산에 깊은 데 들어가니까, 늑대가 있었어.
토끼를 잡아먹길래 그대로 피를 조종해서 심장을 멈추게했어."

이 아이는 대체. 대체 어떤 생각으로.
토끼를 구하겠다는 생각에 했다고 말하는 순진한 아이.
하지만 만약 그게 사람이었다면.......

"근데 선생님이..... 저번에 갖고 싶다고 해서.....
그래서 물방울에 담아서...... 그래서......"

이호의 꽤나 날카로운 눈빛에 아이는 자신을 혼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러려던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에게
손을 뻗으려던 이호는 이내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땅이 꺼져라 내 쉬다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 -이호

".....응."

"응이 아니라 네."

"네......."

이호는 그러더니 그대로 아이를 안아들었다.
아이가 놀라서 내려달라고 말하자 이호는 어색함을 참고서
아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선물 고맙다." -이호

그 한마디에, 얼굴에 생기를 띄는 (-).
이곳에 온 뒤 처음으로 보는 기쁜 표정에 이호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이내 진지하게 말했다.

"대신, 아까 그 특기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이호

"왜?"

순진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아이가 너무나 불쌍해서.
그래서 이호는 조금은 슬픈 미소를 띠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러지마." -이호

"....응. 약속."

아이가 수줍게 내미는 새끼손가락을 걸고서 두어번 고개를 끄덕인 뒤
이호는 아이를 내려주었고, (-)는 자신의 방으로 가버렸다.
아직까지도 아까 그의 손을 쥐었던 작은 손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 했다.
불쌍한 아이. 당신이 말한 이상향이라는게, 그런 것이었나.
특기를 마음대로 바꾸고, 복제하여 당신의 사상을 이루는 것이.
조국을 위해서 강력한 군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나조차도 얼마 전까진 인간이라면 질색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로 인해 죽어있던 저 아이의 눈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탁한 바다에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를 조국의 미래와 당신의 사상과 이상향을 이루는
희생양으로 만들 수 없다, 나는.
언젠가 저 아이가 나에게 천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아마 내 날개나 생김새를 보고 한 말이겠지.
미안하지만, 나는 천사같은 고결함따윈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조금은.
조금 너에게 있어 천사라는 존재가 되어주고 싶기에.
그렇기에 지금은 그저 너에게 웃어주며 너의 그 능력을 감춘다.

이호는 혼자서 그렇게 생각하다가 (-)의 선물을 보고
혼자서 피식 웃었다.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