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소매를 걷어보니 자잘한 상처가 있었다.
이호는 그 아이를 치료해주며 계속 힐끔힐끔거리며
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째려보는 아이의 눈에 움찔였다.
".......이름." -이호
"............."
이호가 묻자 그 아이는 아무말없이 상처가 치료된 곳을
신기하게 보다가 그를 스윽 올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너 이름이 뭐냐고." -이호
그 아이는 계속해서 입을 열지 않았다.
이호는 소장이 대체 이걸 왜 주워온 건지 싶어 한숨을 쉬며
등을 돌렸다.
".........(-)."
그러던 그 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꽤나 예쁜 목소리를 가진 듯 하다.
입을 연 아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엄마아빠가 지어준, 내 이름."
그 말에 이호는 조금 놀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이는 언제 집은 건지 손에 자신의 만년필을 꽈악 쥐고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위험해 보이는 아이의 눈빛에 이호는 긴장했고,
이내 아이가 나지막히 말했다.
"어제 봤지?"
그 말 한마디가 어찌나 그리도 섬뜩한지.
어느새 그 아이는 앉아있는 이호의 무릎 위로 올라와선
그 만년필을 이호의 목에 가져다대고 있었다.
"그 아저씨가, 엄마랑 아빠를 죽였어."
맞구나. 역시, 형이 말했던 그 아이는 이 녀석이구나.
이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죽는 것, 다치는 것이 두려운게 아니다.
이런 아이가 있을 수 있는건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자기 의지로 부모의 원수에게 복수를. 게다가 살인이라니.
인간이 이런 종족이었던가? 심지어 이 아이는 어리고. 여자 아이다.
목에 닿은 만년필이 차갑다.
"그 때 도망치고 혼자서 공원에 숨어있는데, 할아버지가 구해줬어."
할아버지는 소장을 말하는 걸까. 망할 영감.
이런 무지막지한 꼬마를 대체 왜 주워온거야.
이호가 굳어있자 아이는 이내 슬픈 눈빛을 띄었다.
이곳에 와서 처음 내보이는 감정.
이호는 그 아이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더는 그 아이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그랬어. 대가를 치루게 만들면 된다고.
많은 사람들은 살인을 정당화 시킬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저것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니 살'인'이 아니라고.
니가 괴로워하며 참을 필요없다고."
왜냐하면, 어느새 만년필을 내려놓고서 자신의 옷깃을 잡은
그 아이의 손이 너무나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얼굴 표정은 애써 굳히고 있었다.
자신도 무서웠던 거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그 감정을
내비칠 수 없있던 거겠지. 그러면 혼자 남은 자신이 위험해지니까.
"무서운데. 어느 순간 할아버지 말대로 그러고 있었어.
그렇게 당신에게 들키고 도망치다가 할아버지가 같이가자고 해서,
그래서 왔어."
이호는 그 말을 잠자코 듣고 있다가 의문이 생겼다.
'나도 인간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이호
왜?
「이상향을 현실화 시켜줄 아이지」왜 소장이 그런 말을 한 것일까.
그리고 왜 이 아이를 데려온 것일까.
무엇하나 특별한 게 없다. 있다면, 이 가혹한 아이의 운명 뿐.
그 정도 이유만으로 이 아이를 데려왔을리가 없다.
당신은 대체, 이 아이에게서 무엇을 본 것인가.
그는 그렇게 의문을 품은 채 그 날 이후로 아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푸른 눈빛안에 무엇을 담고서, 너는 이곳에 있는걸까.
아직은 그 눈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다를 담고 있어서
그 무엇도 그는 알 수 없었다.
이내 아이를 데리고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