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놔요-!!"

"거 참 시끄럽네. 귀능이만 오고, 너희들은 이만 가서 일해." -다나

"에에- 어쩔 수 없지..... 오빠들, 가자." -혜나

아직도 날 질질 끌고 가는 여자와 옆에서 무언가 종이를
펄럭거리며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웃는 판다 혼혈 남자를
제외하고서 전부 어딘가로 가버렸다.

"아....!! 살살 좀 합시다, 와이셔츠 언니. 예?"

"서장님이 언니로 보여요? 확실히 이 아가씨 예사롭진 않....." -귀능

"닥쳐." -다나

또 한 대 맞는 판다 혼혈의 남자.
이내 그는 맞은 뒷통수를 문지르며 종이 뭉치를 건네었다.

"이건 뭐에요?"

"계약서에요." -귀능

계약서? 이 사람들 장난아니고 진짜 날 스카우트 하는거였어?
내가 멍하니 있자 이내 이곳의 서장이라는 자가 물었다.

"보니까 너, 그 일로 해고되고 듣자하니 국적도 뭣도 없다던데.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 것 아니냐." -다나

"그렇지만........"

나에게는 전부 좋은 조건들 뿐이다.
하지만, 이로인해 내게는 제약이 생기는 거나 마찬가지.
내가 실수하면 책임은 상사가 맡게될 것이다.
특기도 가급적 쓰지않으려고 하는데, 히어로가 된다면....
그렇지만 저번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머리가 아프다. 돌아버릴 것 같아.

"이름, (-)라고 그랬죠?" -귀능

"네......."

"고마워요." -귀능

그 남자가 미소지으며 하는 그 한마디에,
나는 조금 놀란 표정을 하고서 고개를 들었다.
그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그 모습이.
내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사람들의 미소와 순간
비슷하게 겹쳐보여서-

"늦게라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도와준 것도 도와준 거지만 혼혈에 대한 편견도 없고
오히려 우리들을 위해 싸워줘서." -귀능

난 그저 나와 똑같은 희생자가 생기질 않기를 바랬다.
고작 그런 일을 했는데도 내게 고맙다고 말해오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너무나 오랜만이다.
바보같이 이용당하고, 괴물처럼 보는 그 시선을 뒤로 한 채
달리고 또 달려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방법밖에는 모르는 내게,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

"네가 꽤나 힘들게 살아와서 그런 사상을 가진 것 같은데,
이건 단순한 피해보상이 아니라 우리가 널 필요로 하는거다." -다나

필요로 한다는 그 말은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것은 실험체로써가 아닌, 한 사람으로써의.
히어로인 나를 필요로 한다는, 엄연히 다른 말.

"그러니, 우리와 함께 하는이상은
혼자 모든 걸 감수하지 않아도 좋아." -다나

처음에는 셋이였다. 칼날에 비치는 빛에 하나 둘 줄어 혼자가 되었다.
그 다음에는 둘이었다. 하얀 날개를 가진 그와 나, 둘에서
온통 하얀 사람이 생겨 셋이 되었다.
친구들이 모여 여럿이 되었다. 산길을 쫓다가 다시 혼자가 되었다.
나와 같은 상처를 지닌 아이가 찾아와, 둘이 되었다.
그 아이를 놔준 뒤에는 혼자가 되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내 주위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고,
소중한 이를 내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일 이후로도
나는 계속해서 혼자여왔다.
그런 내게 또 다시 생긴, '우리'.

"이제 괜찮아." -다나

내가 너무나도 간절히 원했던 그 말에,
나는 몇 번이고 속으로 그 말을 되뇌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괜찮다고-
어딘가로 텔레포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