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나오는 거라고는 구겨진 천원짜리 지폐 몇 장.
어디보자 동전까지 합치면 대략 4650원.......
보너스랍시고 어제 받았던 건 아까 혼혈 병원비랑
내 상처 치료랑 약 값에 보태버렸고.....

"오늘 당장 잠은 어디서 자냐고.....에휴."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나도 그 아픔을 뼈저리게 겪었으며, 구해주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대책없이 움직였나 하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스푼에 연락을 다시 한 번 해볼까.....?'

아냐. 그건 안 될 것 같다.
공무집행방해죄로 잡혀갈지도 몰라.
싫지만 나, 그 펫숍 직원이었고 공무원도 공격하고
결과적으로는 혼혈들을 구했지만 그런 거래에 나도 모르게
돕고 있었잖아. 조사니 뭐니 귀찮아질게 뻔하다.

"일단 어떻게든 이걸로라도 버텨야지 뭐."

일자리나 다시 구해보자. 그래. 월세방 보증금으로
조금 더 작은 방 하나라도 구할 수 있을거야.
우선 원룸이라도 구해보고 일자리를 다시 찾고.....
하루 한 끼로 버티자. 응. 그래. 그냥 다이어트하지 뭐.....

"........윽."

꼬르륵 소리에 뭐라도 먹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계산한 삼각김밥 하나를 입에 물고서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 8시.
일단 오늘 잘 곳을 구해야겠다. 보증금이 200만원.....
이 근처에 숙박시설이 있으려나.

'우선 잠 좀 자고 체력이 회복되면 힐링으로.....
아, 내일 병원에 가봐야겠지 역시?
점장 녀석은 깜방에 넣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며 걷던 그 때,
앞에서 무언가 묵직하고 허리 쯤 오는 것에 가로막혔다.
꺅하는 소리를 봐선 여자아이 인 것 같아 사과부터 했다.

"괜찮니? 미안하......"

그리고 나는 아래에 있는 아이를 보자마자 그대로 굳었고,
그 아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아이는 이내,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통화를 걸었고

"언니! 그 사람 찾았어!!" -혜나

나는 그 여자의 동생이란 걸 알고서 냅따 뛰기 시작했다.

"도망친다! 나가 오빠, 잡아줘!" -혜나

"그....그렇지만 아플지도 모르고......" -나가

"그래더 디금 노치면 나둥에 나가가 서당니만테
아프디아느까......." -사사
(그래도 지금 놓치면 나중에 나가가 서장님한테 아프지 않을까)

순간 내 몸을 누르는 힘에 나는 철푸덕 넘어졌고,
소년은 미안하다는 듯 머뭇거렸다.

'젠장, 실험체라는 건 들키기 싫은데......'

나는 실험으로 얻은 특기는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니면
쓰지 않기로 나 자신에게도, 죽어나간 다른 실험체들에게도
맹세했다. 그러니 특기 무효화도, 염력도, 텔레포트도,
무엇보다 이호 선생님 종족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힐링도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물을 쓰는 건 원래 특기였으니까.

"우앗?!" -나가

나는 회색머리에 안경을 쓴 남고생의 안경에 수증기가,
즉 김이 끼게 만들어 시야를 가린 뒤
특기가 풀린 그 틈을 타 골목 사이로 들어갔다.

"담디만 기다뎌바......!!" -사사
(잠시만 기다려봐)

"윽....!!"

이번에는 까마귀 혼혈로 보이는 검은 남자가 하늘에서
아래로 내려와 내 앞을 가로막는다.

"전 그저 혼혈을 구한거라니까요!
공무집행방해 따위가 아니니까 쫓아오지 말아주세요!"

"그...그더니까 그던게 아니..... 에?!" -사사
(그...그러니까 그런게 아니..... 에?!)

이번에는 몸의 물로 그 남자를 조종해 잡아둔 뒤
그대로 틈을 타 또다시 도망쳤다.

"따돌렸나.........."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앞을 보았을 땐,
누군가의 손이 내 팔을 낚아채 끌어당겼고 꽤나 강한 힘에
고개를 들자 조금은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안 괜찮은 건, 나 하나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