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도 걷고 친구들이 물건 옮기는 걸 도와달라고해서
몰래 물을 조종해 일을 전부 마친 뒤.

"어디가는거냐니까~"

"조금만 더 가면 돼." -백모래

지금은 다짜고짜 백모래 오빠에게 끌려가는 중이다.
내가 힘들어보인다면서 멋있는 걸 보여준다더니
뒷산을 오르기를 어느덧 30분 째.......
아니 대체 어딜 가는지도 말도 안해주고......
조금만이라는 말이 몇 번째야.

"(-), 무지개 본 적있어?" -백모래

"무지개.......?"

오빠는 내가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자 씨익 웃어보였다.
무지개. 그저 물방울에 반사된 빛일 뿐이잖아.
그걸가지고 설레하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가지 않았었다.
지금은 그 정도로 메마르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지금도 어리지만 어린 나날 동안 이호 선생님의
조수 처럼 도우며 공부하는 동안. 나 혼자서도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이건 어린아이도, 어른도 아니다.'

언제나 그런 애매한 경계선 사이에 서있는 내가 유일하게
어린아이로써 어리광부리고 웃을 수 있는 때는,
오빠와 선생님이 있을 때 뿐이었으니까.
절대로 하지 않으려 했던 기대라는 것.
지금은 오히려 그 기대라는 것에 매달려 계속 앞을 향해 걷고만 있다.

'.......더 이상 반복되는 이야기 따위는....'

그래. 나만 참으면 되는거다.
선생님 말대로 쓸데없는 충돌없이. 날 감추고 또 감추어서.
특기도 쓰지 않고, 날 철저하게 숨겨야한다.
그 밑바닥이 드러나는 순간 또 다른 사람들이 날 삼킬 그 때까지.

"아, 저기 보인다." -백모래

그 때까지. 당신과 선생님도.

과연 나를 끝까지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쨘~ 어때?" -백모래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고, 이내 내 시야에 들어오는 한가지 뿐.

"예쁘지?" -백모래

계곡의 흘러내리는 작은 폭포의 물줄기에 다리처럼
놓인 일곱빛깔의 무지개밖에는, 그 순간 만큼은 그 무지개와
흐르는 물에 비치는 하늘색 밖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 왜 그래?" -백모래

"무지개도 예쁘지만.... 물색도 생각보다 예뻐서....."

"그렇지. 하긴 여기 물이 제일 맑아." -백모래

".........그런 의미는 아니었지만, 맑긴 맑다."

물색은. 꽤나 싫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생님 말로는 아직 특기라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져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로인해, 괴물. 초능력자. 돌연변이 등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적잖다고 했다.
그 말에, 내 특기가 물을 다루는 것이기에 더욱
내 머리색. 즉, 물색이 너무나도 싫어져버렸었다.

하지만, 다시 본 하늘이.
차갑지 않은 다른 사람의 따뜻한 손을 맞잡고서 다시 올려다본 하늘과
그 하늘을 비추는 물의 색이 너무나 아름답다 느껴버렸다.

"참. 저기 폭포 위쪽에 내가 어제 놓고 온 게 있는데...." -백모래

"그거 가지러 온 거였구나?"

오빠는 멋쩍은 듯 볼을 긁적거리며 웃어보였다.
잠시 기다리라며 말하고는 폭포 위쪽으로 올라가려
옆으로 난 길로 돌아서 올라가는 그 뒷모습에 나는 표정을 굳혔다.

나 때문에. 내가 오빠의 발목을 잡는 건 아닐까.
오빠는 나보다 나이도 꽤 많고, 다른 친구들도 있다.
나 때문에 오빠가 오빠의 세계에서 고립되면서 까지
내가 행복해지는 것은 바라지않으니까.

"(-), 찾았어~!" -백모래

"그럼 얼른 오기나 해!!"

"알았어, 알았어. 내려갈게." -백모래

그 순간. 어디선가 무언가가 부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퐁당하고 폭포아래로 떨어지는 작은 돌맹이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자 보이는 건, 절벽 끝의 꽃을 꺾으려고
손을 뻗는 하얀 바보천지가 하나.

"이 바보오빠가....!! 위험해, 당장 그만둬!"

"이 정도는 괜찮아, 금방 그쪽으로 갈......" -백모래.

그리고 쩌적하고 무언가가 갈라지는 소리와 동시에,
나는 오빠의 바로 아래쪽을 보았다.
어렸을 때 자주와서 괜찮다고? 그건 작아서 무게도 덜 나갈 때의 얘기겠지.
안돼. 정말로 무너진다면........!

"으앗....?!" -백모래

"오빠!!"

불길한 예감은 등을 싸늘하게 한 번 쭉 훑었고,
더 큰 돌맹이들이 폭포에 원을 그렸다.
이내 오빠의 몸이 아예 떨어져나왔고 그대로 아래를 향해. 그렇게.

'젠장.......'

선생님도. 오빠도.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다.
몇 번이고 나에게 다시 웃어와주는 사람.
하지만 그렇기에 실망시켰을 때.
내게 실망했을 때 지을 표정이 두려운 사람.
그렇게 위태롭게 줄을 타듯 지내고있지만서도 행복해서 견딜 수 있었다.

'할 수 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설령 내 특기를 보고서 당신이 과거의 그들이 그랬던 것 처럼
날 괴물로 본다 할지라도

"물이.....?!" -백모래

살릴 것이다.

다시는 그 무엇도,

"(-), 이게 대체......" -백모래

잃고 싶지 않으니까.
아까 나간 두 사람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