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완전 시체 인데......." -연구원2
"숨이 아직 붙어있으니 시체라곤 할 수 없지. 살려놔." -소장
너무나도 싫어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흐린 의식 속에 울려퍼진다.
"우와.... 어이, 피아. 살아있냐?" -연구원3
"얼른 치료나 해줘. 빨리 치료해야 살릴 수 있다고." -연구원2
"나 참, 소장님 연구의 핵심 실험체 중 하나라는게
사실이기는 한가보네. 몇 번이고 살리는 걸 보면." -연구원3
연구진들이 바삐 움직이며 나를 치료한다.
이젠 내가 살았는지 죽은지도 모를만큼,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만큼
아프다 못해 온 몸이 바스라질 것 같다.
이게 대체, 몇 번 째 였지? 30번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는 세질 않아서 전혀 모르겠다.
'......이제야, 전부 갔나.'
무슨 실험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배우지 않은 것 투성이었다.
나도 모르는 이 실험의 목적은 대체 뭐지?
그만. 가뜩이나 아픈데 복잡한 생각까지 하려니 머리가 아파온다.
"언제.... 잠들었던.... 윽....."
몸을 조금이라도 일으키려 하니 온 몸에서 비명을 질러댄다.
그나마 다행인건 눈 앞이라도 잘 보이는 것 정도랄까.
실험 도중에 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말에 의하면
눈 색이 검정과 파랑을 오가는 듯했다.
그 탓인지 5시간 정도는 눈 앞이 흐릿한데, 자고나니 괜찮다.
"아파..... 살려줘.... 아파...아파......" -혼혈
다른 방의 혼혈들이 울부짖는 소리 속에서 자는 나도 참 나다.
처음에는 저 끔찍한 소리에 하루 종일 울다가 지쳐 잠들고,
잠들어도 금방 깨거나 얕게 자서 피곤하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아무런 감정도 없다. 저들은 확실히 가여워.
여기서 내가 말하는 감정은,
'........언젠, 가는.'
그 영감을 죽이는 데에 대한 감정이 없다는 것.
다른 놈들은 놓쳐도, 그 자만은.
연구진도 전부 죽이고, 혼혈들을 데리고 탈출할 것이다.
이제 남은 실험체들도 이곳에는 날 포함해 고작 5명 뿐이다.
어떻게든 탈출해서 내려가서, 선생님께 가면.
이호 선생님이라면, 이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
윽......" -???
그 때, 유리방 밖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그냥 아픈 혼혈이 있겠거니 했지만,
그 목소리가 아픔이 아닌 슬픔에 가까워 몸을 힘겹게 일으켜 앉았다.
"윽...누가 이 시간에 잠도 안 자고.........."
그렇게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서 고개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다른 혼혈들이 아닌 이 연구소의 출구 근처였다.
그리고 나는,
"
흑.... 흐윽......." -백모래
거기에 서있는 익숙한 모습에, 발목의 족쇄가 상처를 내고 있다는 것조차
잊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사람의 색 처럼 머리속은 하얘져가고, 생각나는 단어는 하나 뿐.
'왜?'
어째서 모래 오빠가 여기있는거야?
연구원 차림으로, 무언가를 기록하고. 그리고 울고.
아직 눈이 조금 흐리다 해도 이것은 절대 착각이 아니다.
오빠다. 백모래 오빠야. 그렇게나 내가 부르던 사람.
그런데 왜. 그들처럼 그렇게 있는거지?
대체, 왜?
새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