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눈이 마주친 그 아이는 뒷걸음질 쳤다.
맞다. 지금 나, 피투성이였지.
나는 입가의 피를 손등으로 대충 슥슥 닦아내었다.
그 아이의 팔을 보니, 검다. 썩어들어가고 있는 걸까.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나는 그 아이와 눈을 마주하고서 말했다.
".......이름이.... 뭐니....?"
내가 묻자 흠칫하더니 쭈뼛거린다.
이 아이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을까.
자신의 편은 그 어디에도 없는 그곳에서.
나와 같은 처지인 이 아이는 얼마나...또.....
또 그 미친 놈은 얼마나 다른 이에게 고통을 준 걸까.
내가 울 것 같아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자, 이내 아이가 입을 열었다.
"오르카.... 오르카에요......" -오르카
오르카. 그렇구나. 이름이 오르카라고 하는구나.
나는 그 아이를 한참동안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오르카는 시선은 바닥에 둔 채 고개를 들지 못했고,
간간히 나와 눈이 마주치면 다시 눈을 내리 깔기 일쑤였다. 떨고, 있다.
"......내가, 무섭니?"
내 말에 그 아이는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 검은 눈에 담긴 것은, 나도 너무나 잘 알고있다.
두려움. 계속해서 뿌리내려 온몸을 뒤덮는 감정.
이 아이는 처음부터 혼자여왔으니. 나는 쭈그려 앉아
오르카와 눈높이를 맞추었고, 손을 뻗었다.
"읏......." -오르카
그 아이는 내가 손을 뻗자 눈을 감아버렸다.
그만큼 다른 이들이 뻗는 손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겠지.
그건 좀. 아니, 많이 슬프네.
"......오르카."
나는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그대로 와락 안아주었다.
나와 나이차가 크게 나지도 않는 이 아이는,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울고싶었을까. 오르카는 멍하니 있었고,
나는 그런 오르카의 뒷통수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울어도, 괜찮아."
나도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주었기에, 나을 수 있었다.
네 곁에 그런 이가 그 누구도 없었다면, 나라도.
비록 같은 신세이지만 나라도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이젠 울어도.... 좋으니까......"
그 말을 하자마자 오르카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채 희끅거리기 시작했다.
내 눈에서도 어느 순간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던 사람. 이젠 볼 수 없는거야?
정말 이대로 혼자가 되어 사라져버리는거야?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지만 울지는 않던 나인데.
"가엾게도.........."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같은 처지의 우리들은.
지금은 그저, 그 아이를 으스러뜨릴 듯이 안고서
살아있다는 증거인 이 고동소리에,
눈을 감는다.
범고래 혼혈의 한 어린 남자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