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점장보다 먼저 출근해 펫숍의 셔터를 올리고서
대충 정리를 시작했다.
귀찮아서 이른 아침이라 보는 사람도 없겠다,
그냥 염력으로 정리하는데 눈이 조금 아파왔다.

"이건 몇 년이 됬는데도 적응이 안되네 적응이......"

예전에 지금보다 어렸을 때. 몰래 특기를 쓰다가, 눈 색이 바뀐 것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수근거리며 피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부턴 아예 검정색 렌즈를 착용하는데,
어째 적응이 되지를 않냐 왜.
요즘에서 특기 쓰는 사람들도 나름 있어서 괴물취급이니
뭐니 그런 걸 당하는 건 아니지만......

'혼혈.......'

청소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내 눈 주위와 손목을 긁고있는 것을
거울로 보고서 나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괴물취급이 아니라도, 아직도 특기를 쓰는게 망설여질 만큼.
혼혈 관련 얘기만 들어도 그 때의 상처가 가려워질 만큼.
아직도 나는, 그 때의 기억을 떨치지 못했다.

"(-), 벌써 출근했나?" -점장

"네, 네, 왜요. 손님도 없는데 일찍 나와서 신기합니까?"

"하여간 말하는거 보소...... 아무튼, 오늘은 일 하나 시키러 들렀다." -점장

"일?"

지금도 충분히 부려먹고 있는 주제에 또 무슨 일 이 양반아-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자세한 건 생략한다.
일단 점장이 나가고나면 어제의 일에 대해 알아 볼 생각이니까.

"내가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데,
정말 중요한 거니까 들어오지도 말고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지켜." -점장

"결국 또 경비일이구만 뭐......."

점장은 뒤쪽에 난 문으로 열쇠꾸러미를 잔뜩 들고
들어가더니 문을 잠구는 소리가 여러번 들렸다.
아무래도 안의 문은 이중삼중으로 잠겨있는 듯 하다.
저 안에 뭐가 있는건데? 저 안에서 잠이라도 자려고?

"청소나 마저 할까........"

이쯤되면 밖에도 사람이 돌아다닐지도 모르니,
특기 대신 손에 빗자루를 들었다.
손님이 없으니 먼지가 쌓이지 라며 궁시렁거리며
빗자루 질을 하니 앵무새가 울어댄다.

"싫어." -앵무새

"또 누구 따라하는거야 이 녀석..... 안녕이 낫겠다."

"안녕이 낫겠다." -앵무새

아 진짜.... 나는 앵무새에게 먹이를 준 뒤 등을 돌렸다.
그렇게 물고기들 먹이를 주던 그 때,
뒤 쪽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와 함께 앵무새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몸을 타고 올라오는 것은,

"우린 괴물이 아냐." -앵무새

의미심장, 또는 섬뜩함-

"새대가리, 너 대체 뭘 들은......"

"살려줘. 팔리고 싶지 않아." -앵무새

앵무새의 감정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말을 따라하는걸까.
순간 머릿속에는 어제의 혼혈 몇이 지나갔다.
괴물. 살려달라는 그 말. 어렸을 적 눈만 뜨면
내 귀에 들려오던 익숙한 그 말.
설마. 나는 거의 확신하고서, 아까 점장이 들어갔던 문에 시선을 돌렸다.

"에라 모르겠다......!!"

염력으로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버리자는 생각에,
내가 그 쪽으로 몸을 돌리는 그 순간 등 뒤에서
딸랑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필 이럴 때 손님이.....!

"어...어서오세요!"

꼭 이럴 때 드럽게 없던 손님이 오는 걸까 왜.
나는 최대한 짜증난 티를 감추고서 뒤를 돌아 문으로 향했다.

"여기 생각보다 작군." -다나

두 명의 남녀. 여자 쪽은 꽤나 사나워보였다.
남자는 혼혈? 눈을 봐선 판다 혼혈인 것 같다.
혹시 어제의 분홍머리 여자아이의 언니가 저 사람?
보니까 눈 색도 같고.... 어째 포스가 비슷하달까.
그나저나 뭣이? 작다고 깔봤어 지금?

"우앗.....! 그런 말은 마음 속으로만....." -귀능

"괜찮아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밤하늘 참 드럽게 맑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