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저기..... 왜 저만 신체검사 한 번 더 받는거에요?"
"아아, 별 거 아니란다. 그런데 혹시 (-). 머리 아프지는 않니?" -소장
내 말에 그 아이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는 지끈거리는건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고개를 살짝 까닥였다.
이호 군 말로는 아직 마음을 열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른이라도 예의를 잘 갖추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역시 이 아이는 나를 꽤나 경계하는 듯 싶다.
....잘 속지 않는군. 백모래는 속이기 쉬웠는데 말이지.
"조금. 속도 조금 울렁거리고....."
"신체검사를 해봤는데 별 이상은 없단다.
피로가 겹친 것 같구나. 하루 푹 자면 괜찮아질거야." -소장
"...........그럼 됐고. 이제 가도 되는거죠?"
"마치 나와 있기 싫다는 듯이 들리는건, 착각인가?" -소장
내 말에 아이는 말없이 무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떴다.
푸른 눈에 가득찬 것은 불신. 경계.
촉이 좋군. 여기서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이 나라 여기는 건가.
"좋을대로 생각하시던지요."
그 아이는 그 말을 끝으로 문을 열고 나가려했다.
여기서 한 번더, 흔들어볼까.
"참, (-)." -소장
"또 뭡니까."
"공부해볼 생각없나?" -소장
"지금도 선생님이랑 하고 있는데......"
"하하, 그런 공부도 좋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소장
나는 (-)에게 종이뭉치를 건넸다.
차라리 연구원으로 만들어서 내 아래에 두는게 편하겠지.
설령 이 아이가 날 따르지 않더라도, 백모래 군은 꽤나 따르는 듯 하니
시간을 들이면 괜찮아지겠지.
"어때. 커서 우리 연구원으로 취직하는 건 ?" -소장
"어차피 선생님을 돕고싶어서 몰래 이것들은 공부하고 있었어요."
"확실히 어릴 때부터 많은 일을 겪고 혼자 살아남으려고 해서
머리가 좋은 건가..... 그럼 얘기가 빠르겠군." -소장
"하지만,"
하지만? 나는 그 말에서 긍정적인 느낌은 받지 못하였다.
"당신 아래라는게 마음에 안 들어."
역시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은 아니니 상관없다.
"정 뭣하면, 이호 군의 조수 정도면 되지 않겠나." -소장
".......고려해볼게요. 그럼 머리가 아파서 이만...."
이제 거의 됐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확인하면 돼.
"맞다, (-). 특기라는 걸 알고있니?" -소장
".........그런 거, 모릅니다."
"그럼 상관없어. 피곤할텐데, 어서 가서 쉬려무나." -소장
일순간 그 아이의 눈빛이 예리하게 날 파고들었고,
이내 문을 쾅 닫고서 나가버렸다.
순조롭게 풀려가는 상황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호 군이 시켰겠지." -소장
아까 머리가 아픈 것도, 속이 안 좋은 것도.
전부 그 아이가 특기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
기맥을 일시적으로 막는 약을 물에 타서 먹였으니 그렇겠지.
하지만 아직 연구단계인지라 고작 몇 십분이 한계다.
'이상향이, 어쩌면 이상향으로만 남지는 않을지도 모르겠군.' -소장
그 날 나는 빠르게 성인 남자 둘을 제압할 때 내 눈을 의심했다.
내가 찾던 특기와 가장 유사한 특기.
조금 더 지켜보는게 좋겠다 싶어 데려왔는데.....
저 아이는 그저 백모래를 구하겠다는 뜻 하나만으로
그 동안 숨겨왔던 것을 내게 들켜버렸다.
물을 조종한다는 것은, 흐름을 조종한다는 것.
즉, 조금 더 연구를 하면 기의 흐름을 조종하고, 막으며,
더 크게 나아가 특기를 영구복사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조국을 위한 강력한 군인이자, 나의 이상향.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었다.
무엇을, 빼앗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