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실 문을 두 어번 두드렸다.


「괜찮겠어, (-)?」 -이호

「전 괜찮으니까, 걱정말아요.」


지금 두드리는 이 순간 마저도 짜증이 치솟는다.
뭣 때문에 내가 이 자의 말을 따라야하지?
뭣 때문에 선생님도 오빠도........ 빌어먹을.
몇 년 전 그 날 이후로 특기에 관련한 말은 하지 않았던 소장이다.
하지만 내 직감이 맞다면 이미......

"(-) 양, 들어오게." -소장

나는 이내 생각을 떨쳐버리고서 안으로 듷어갔다.
들어가자, 그는 언제나처럼 책상 앞에 앉은 채 온화한 미소를 짓고서
나의 차갑고 예의없는 태도에도 웃어보였다.
그마저도 가식같아서,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십니까."

"언제나 자네는 유독 나에게만 차가운 것 같군." -소장

"일부러 라는 거 알고 계실테니 더 말 안하겠습니다.
선배님들 도우러 가야하니 되도록 짧게 해주시죠."

또 다시 웃는다. 저 미소라는 얇은 가면 뒤에서
당신은 지금의 미소와는 다른 미소로 웃고있겠지.
오빠는 당신을 믿으라했지만, 나는 오빠만큼 착하지 못하다.
당신에 대한 불신이 깊으면 깊을 수록 당신에 대한 후회도 줄겠지.

"자네, 정말 아직도 연구소에 들어올 생각은 없는건가?" -소장

또 저 소리다. 대체 뭐가 그렇게 안달이 나는거지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나는 해내고 있다. 조수 일 뿐만 아니라
몰래 선배들 일을 대신 하기 까지 했는데.
그런데도 굳이 날 들이려한다는 건 무슨 이유가 있어서겠지.

"전 아직 어리고, 또 무엇보다 선배님들에 비해 떨어지....."

"선배들도 하루만에 못 끝낼 걸 끝낸 자네가 할 소린가, 하하." -소장

치밀하다. 또한 간사하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서 일부러 그랬다는건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밤새서 하지 말 걸 그랬어.
이 이상 대화한다고해서 지금의 난 이길 수 없다.

"죄송합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얼마든지. 그럼, 들어가보게." -소장

나는 짧게 고개만 까닥여 인사한 뒤 그곳에서 나와
이호선생님이 계실 곳으로 향했다.
내가 방에 다다르기도 전에, 먼저 나와계셨던건지
선생님이 나에게 뛰어오셨다.

".....또 그 소리였어?" -이호

"거절했으니 걱정마세요."

나는 차갑게 굳혔던 표정을 풀고서 씨익 웃어보였다.
내가 피곤해보인건지 선생님은 걱정하는 듯 했다.
당신이 내 곁에 있어주는 한, 어리석게 그 사람 아래로 들어가
멋대로 휘둘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내가 표정으로 말하자 그는 오늘은 일이 적으니
들어가서 좀 쉬어두라고 말했다.
그 자를 상대한 탓인지 나는 그렇게 소파에 잠시 앉은 뒤
꽤나 긴 시간을 자버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다시 오늘도. 마음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