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왜.... 어째서......."

힘없이 축 늘어져있는 두 팔.
생기를 잃은, 나와 같았던 물색의 눈동자.
그 어떠한 색도 섞이지 않았던 하얀 머리칼.
그 모든 것이 붉은 핏방울에 뒤덮인 채 숨을 죽일 뿐.

"왜!!!!"

왜. 오빠가, 왜....?
선생님이잖아. 우리가 그토록 믿고 따르던 사람이잖아.
왜 오빠가 선생님을 죽인거야? 이유가 뭐야?
선생님이 이 연구를 알고있었고, 오빠도 나도 이렇게 되리란 걸
알고있었던거야? 아니면, 선생님의 자살?
아냐. 아닐거야. 아까분명 기침했잖아. 안, 죽었어.
살아있어. 절대 그렇지않아.

"안 죽었....어.... 안 죽었다고........"

눈물이 마구 쏟아져나온다.
벽에 기대어 앉은 채 숨을 쉬지 않는 그의 앞에 주저앉는다.
바닥에 두 손을 짚고서 일어나려해도 일어나지지 않는다.
떨어진 눈물이, 바닥에 둥그런 원을 그린다.

"이호 선생님...... 왜...... 어째서 저는 이러지 않으면......"

난 그저 평범한 삶을 바랬을 뿐인데.
시덥잖은 것에도 웃고, 슬픈 일에 함께하는 그런 소중한
이들과 함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바랬을 뿐인데.
왜. 어째서 이러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왜 나는. 왜 나만.

"언제나처럼 가르쳐주세요 선생님.... 제발.......!!"

왜 우리는. 왜 우리만.

그렇게 나는 한참을 울고 또 울다가
선생님의 앞에서 쌓아왔던 모든 것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왜 모른 척 하셨어요......
저는 몰랐다고 해도 오빠까지.... 대체, 왜....!!"

선생님이 사실 실험에 대한 걸 알고있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이미 알고있었다.
하지만 부정하고싶어서. 몇 번이고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나에 대한 것은 몰랐을 수도 있어. 오빠도 그 때 내가
행방불명 된 줄로만 알고있었으니까.
하지만 왜 그러신거죠? 혹시 처음부터 우리 둘은
그저 실험용 쥐였을 뿐이었나요?

"당신들을 만나기 위해.....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괴물이 되어버린 이 몸을 이끌고서 왔는데.....!!"

검게 물들어버린 이 머리카락과 눈동자.
바다와 같다며 당신이 칭찬해주던 그 모습은 이제 없다.
과거의 행복하던 나날마저 거짓으로 만들어버릴만큼
지금의 나는 어리석고, 또한 뒤틀렸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잡아주길 바라며 이곳으로 왔는데.
그 무엇도 소용없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제일 끔찍한게 뭔 지 알아요....?
다른 이를 죽여 얻은 특기로 여기까지 왔고,
다른 특기자를 죽이면 특기를 얻는 이런 괴물같은 여자애가
계속해서 손을 뻗던 그 빛의 끝에 있던 당신마저 이렇게....."

이렇게 말해봤자 대답따위 돌아오지 않아.
그렇게 고개를 들어 이미 죽어버린 선생님의 얼굴을 보았을 땐,

".......이호.... 선생님...."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은 빛을 띄는 그 눈동자에서

하염없이. 그렇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야........." -이호

내가 그랬듯이.
둘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