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
치료는 끝났다. 호흡도 안정적이고, 깨어나기만을 기다릴 뿐.
이호는 아이들을 내보내고서 잠들어있는 (-)의 옆을 지켰다.
색색거리는 숨소리만이 이 방을 가득채울 뿐이었다.
"으음........."
그리고 이내, 아이가 깨어났다.
이호는 놀라서 흠칫하더니 아이에게 말했다.
"(-)....! 정신이들어?!" -이호
아이는 몸을 일으켜 앉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는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그 말을
계속해서 읊조렸다. 아이는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보더니
신기하다는 듯한 눈치였다.
"아이들 말로는 네가 멧돼지가 돌진해오는데도
피하지않았다던데, 어떻게 된거야?" -이호
아이는 이호의 말에 아무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렇게나 무서웠나?
이호는 다시금 물었다.
"그냥 저번 늑대처럼 처리했으면 됬....." -이호
"안돼!!!"
그 한마디에 아이의 눈이 일순간에 매서워져 이호를 향한다.
왜 갑자기 이러는거지? 이호는 움찔해서 굳어있다가 이내
알았다며 아이를 진정시켰다.
".......... 나빠."
"아니, 내가 왜? 산에서 난데없이 내려온 멧돼지 잘못이지." -이호
"선생님 말고, 다른 인간들."
아이는 두 무릎을 끌어안으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이호는 이해 못하겠다는 듯 뒷통수를 긁적였고
다시 아이는 입을 떼었다.
"...........멧돼지가, 덫에 걸렸어."
그 한마디에 이호는 다시 아이에게 눈을 돌렸다.
"덫...?" -이호
이호는 기억을 더듬었다. 생각해보니, 멧돼지의
근처에도 혈흔이 있었던 것 같았지.
"덫에 독이 있어서, 독을 빼내려고 특기를 쓰다가......
중간에 멧돼지가 아픈건지 난동을 부려서....그래서...."
그래서 그랬던 거였나. 이호는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둔한 녀석. 그리고 지나치게 착해서 불쌍한 녀석.
자기 몸을 부숴서라도 다른 녀석을 구하려드는 것.
그건 어쩌면 우리 종족과 닮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호였다. 이호는 잘했다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가 스스로 쓰다듬게 만든 건, 네가 처음일지도." -이호
피식 웃는 그의 표정에 비해 아이의 표정은 어째선지
더욱 슬퍼져만 갔다. 왜냐고 물을까 하다가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그런 눈에 이호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는 그에게 꽤나 마음을 연것이었을까.
먼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역시 모르겠어."
"뭐가?" -이호
"왜, 아무런 죄가 없는 데도 그렇게 괴롭히는 건지."
순간 그 아이의 눈에서 보인 것은 동정도 뭣도 아니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눈도 아니었다.
언제나 처럼 그 안에 담겨있는 것은,
"확실히 나는 어려. 하지만 죄 없는 사람을 아프게 하는건
틀리다는 것은 나도 알아."
너무나도 맑고.
또한 어찌보면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깊은 바다-
"선생님은..... 그런 사람... 아니...죠?"
이호는 그 말에 조금 움찔였다.
스스로. 자신의 의지로 나에게 존대를 했다.
무엇보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던 바다에세 지금은 금방이라도
그 물이 눈에서 넘쳐흐를듯 하다.
저 바닷속에 비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내 눈에는 나도 그런 자들과 똑같이 다른 생명을 짓밟고서
이곳에 서있으며, 그리고 지금은 저 눈. 저 바닷속에서
하염없이 가라앉기만 하는 자신 밖에는 보이지 않아.
대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일까.
"......아니니까 걱정마." -이호
"선생님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해요?"
이호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미소에 희미하게 서린 슬픔을, 아이는 알고 있었을까.
"아냐. 다만......" -이호
"다만.....?"
이호는 입을 떼었지만 이내 닫아버렸고, 손도 거두었다.
그리고는 아이를 눕히고서 이불을 덮어주었다.
"이호 선생님?"
".......됐어. 피곤할텐데 좀 더 자 둬라." -이호
"네........."
아이는 그런 이호를 힐끔 보다가, 지친 건지 이내 잠들어버렸다.
이호는 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향했다.
그 때 그의 표정은, 꽤나 심하게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호는 소장실 문 앞에 서서 이를 으득 갈았다.
그리고는 들어가지 못한 채 안에서 녹턴과 소장의
대화를 잠자코 듣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내가 틀렸다고 생각해요?」
「자네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나?」
그 할아범이, 언젠가 내게 질문했었다.
그에 대한 대답을 나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한가지 알고 있는 것은 있다.
당신도, (-) 도.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맞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뿐이다.
당신의 이상향 따위에 그 아이를 제물로 삼을 수는 없다.
설령 이로 인해 내 신변에 위험이 생긴다 할지라도.
그 아이의 눈에 담긴 바다를 처음으로 빛나게 한 것은 나야.
바람이 일고, 그의 은발 사이로 파고들어 머리카락을 흩뜨린다.
약간 느껴지는 한기에 그는 그제서야
화가 나서 가운도 입지 않은 채 뛰쳐나왔다는 것을,
그리고
"......(-)." -이호
그런 자신의 하얀 가운을 들고오는 파란아이가 자신의
앞까지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서.
그렇게. 그렇게 조금은.
'이제 조금은, 천사같아 보이려나.' -이호
조금은 천사같이 환한 미소를 짓는다.
[Main Story : 천사와 꼬마]
[Fin]
달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