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훌쩍이는 오르카를 나는 품에 안은 채
바닥에 앉아 등을 쓸어내려주었다.

"식사다, 피아." -연구원2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달그락하는 소리와 함께, 연구원이 식사가 담겨져 있는
쟁반을 문 앞에 내려놓았다.
먹지 않는다고 해도.... 필시 영감 짓이겠지.

"오늘도 안 먹을거니?" -연구원3

나는 그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려다
내 무릎위에 앉아있는 오르카를 흘끔 보았다.
음식에 시선이 꽂혀있다. 하긴. 실험체에게 저런 식사를 줄 리가.
나는 죽여선 안 되니 이러는 것 뿐이지만....

"....됐어. 두고 나가."

내 말에 연구원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오르카를 보고선
이해를 했다는 듯 등을 돌려 나가버렸다.
나는 잠시 오르카를 무릎에서 내려놓은 뒤, 쟁반을 들고
다시 오르카 쪽으로 왔다.

"배고파?"

내 말에 오르카는 남의 식사를 넘보는 것이 실례라 생각하건지
흠칫하며 아니라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착하네. 보통 애들이면 살기 위해 뺏어먹고도 남는데.
나는 오르카의 앞에 앉은 뒤 쟁반을 오르카 앞에 놓았다.

"솔직히 말해. 배고파?"

".........네에." -오르카

그제서야 솔직하게 말한다. 나는 말없이 빵 조각 하나를
오르카에게 건네었다.

"먹어. 먹어도 돼."

"그렇지만.... 이건 (-) 님 식사고....." -오르카

"원래는 줘도 안 먹었었어. 어차피 안 먹을거, 너 먹어."

내 말에 오르카는 울려다가 나를 보고는 꾹 참고서
빵 조각을 입에 덥석 물었다.
이 때까지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했겠지.

"원래는 못 먹었었어?"

"네.... 정말 죽을 거 같다 싶을 때 빼곤...." -오르카

"조금씩, 천천히 먹어. 소식하다가 갑자기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플 수도 있거든."

"(-)님, 의사 같아요....." -오르카

"원래 연구원이었으니까. 아, 물론 이런 뭣같은 연구는 아니고,
그냥 식물 연구랑 의학."

오르카는 내 말대로 조금씩 천천히. 오랜 시간 동안 먹었다.
말도 잘 듣고, 삐뚤어지지도 않고. 나랑은 딴판이네.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내가 피식 웃자, 오르카는 날 보다가
내게도 빵 한 조각을 내밀었다.

"같이 먹어요." -오르카

자기 먹기도 바쁠텐데. 그게 기특해서 나는 한 달 간
입에 대지도 않던 빵을 입에 조금 물었다.
그러자 기쁘다는 듯 희미하게나마 웃는다.
그래. 내가 나가게 되는 날. 설령 다른 이들을 다 죽이게 된다해도,
이 아이도 함께. 다른 혼혈들도 함께 나가는거야.
나만 조금 더 아프고. 조금 더 견디면 되는거다.

"의학하니까 의사선생님이 생각났어요......" -오르카

"그쪽 시설엔, 의사도 있나보네."

이곳에 의사따윈 없다. 아니. 있긴 있지.
하지만 그들은 의사로써 치료가 아닌, 연구를 할 뿐.
차라리 내가 그들을 치료한다면 좋을텐데.
나도, 엄연히 연구원이었는데. 지금은 왜.
그렇게 후회하며 혀를 작게 쳇하고 찼다.

"그 사람이 쓸어주면 낫는데.... 내 팔도 쓸어주면....." -오르카

쓸어줘? 나는 그 말에 눈을 번쩍떴다.
쓸어주는 것만으로 낫게 하는 사람, 본 적이 있어.
당연한걸.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니까.
나를 치료해주고, 마음을 열게 만든 사람이니까.

".......그 사람. 어떻게 생겼어?"

"혼혈같기도 하고.... 날개가 있었으니까." -오르카

나는 그 말에 손에 들고있던 빵조각을 떨어뜨렸다.
날개가 있는 사람은. 그리고 그런 치료가 가능한 사람은.
그런 사람은 이호 선생님 빼곤 이곳에 없단 말야.
그렇다는 건, 선생님도 이런 실험이 있다는 걸 안다는 거잖아.
여기를 모른다고 해도, 그래도......

"(-)님......?" -오르카

"아냐.... 아냐..... 아니라고......."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선생님을 믿지 못하면 어쩌라는거야.
선생님은 그 영감때문에.... 그저 실험체들을 위해....
아냐. 불로불사 연구에 선생님이 동조하셨을리가 없어.
하지만 분명 오르카의 말대로라면......

"어디 아파요?" -오르카

오르카는 덜덜 떨고있는 내 손을 잡아왔다.
나 떨고 있던건가? 이 아이를 또 다시 불안하게 만든건가?
안돼. 여기서 내가 불안해하는 걸 알면, 오르카는 더 힘들다.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 불안해하는데.

"안 아파.... 그냥.....별 거 아냐."

나는 나를 멀뚱멀뚱 보고있는 오르카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그대로 다시 꼬옥 두 팔로 안아버렸다.

"(-)님?" -오르카

나도 모르게 점점 안는 팔에 힘이 들어간다.
지금 놓아버리면, 내 우는 얼굴을 이 아이가 볼까봐 무서워서.
그리고 이 불안이 가시기 전까지 누군가의 체온이 필요해서.

그래서 난. 한참을 그렇게 오르카를 안고 있었고,
오르카는 살며서 내 등을 쓸어주었다.

내가. 그 아이에게 그랬듯이.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