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못 보던 아이네. 스푼의 새 사원인가?" -이호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분명, 선생님이다.
심장이 마구 뛴다. 이건 설렘 따위의 감정이 아냐.
두려움과, 또 웬지 모를 쎄함.
얼굴을 못 보겠어. 날, 기억할까.
그 괴물같던 내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는걸까.
그건 싫어. 차라리, 기억하지 말아라.
그렇게 혼자 고개를 숙인채 뒤돌아 있자,
그가 내 어깨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이호

"머.... 멋대로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한 채
밖으로 향했고, 나가려다 벽에 머리를 부딪혔지만
그의 괜찮냐는 물음에 신경쓰지 않고 곧장 달렸다.

'어떡해......!!'

어쩌지? 이대로 계속 숨길 수 있을리가없잖아.
그렇다고 해서 기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날 보고서 그 때의 끔찍한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건 싫다.
나이프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버렸어.
백모래. 정말 오빠일지도 몰라.
선생님이라면 진짜인지 아닌지 알겠지.

"잠깐만....!!" -이호

끈질기게 쫓아와선 나를 붙잡는 그다.
잡지 말아요. 아니, 잡을 거였다면 그 때 잡아주지 그랬어요.
그 때 당신이 내 손을 놓던 그 순간부터, 혼자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는데. 지금은 동료들도 곁에 있지만,
아직은 선생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질 않는다구요.
그러니, 제발. 좀.

"너 괜찮아? 아까 꽤 세게 부딪혔을텐데....." -이호

"괘....괜찮아요!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이만......"

그의 손을 뿌리치자 그는 다시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예전과 같은 그 목소리로 내게 말해왔다.

"치료라도 해줄게." -이호

내 머리카락을 넘기는 그의 손에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순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필요...."

최대한 그의 손을 세게 뿌리치며 뒤를 돌아 그와 마주해버렸다.

"없다니까요!"

그렇게 그도 나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고,
그는 나를 보고서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점점
그 얼굴은 놀람으로 들어찼다.
나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에 얼굴을 가리며 뒤를 돌았다.

"너.... 상처가 이미....." -이호

나도 모르게 놀라서 상처에 손을 대버렸다.
당황한 탓인지 멋대로 힐링을 해버렸어.
선생님이나 일호의 일족과 같은 힐링.
그걸 가진 다른 인간은 나 하나. 그렇다면, 그도 알아챘을까?
저 표정을 다시 보기가 두려워, 나는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네가..... 네가 누군데......" -이호

어떡해.

"왜 그 아이랑..... 비슷한.....!" -이호

울 것 같아.

당신은 여전히 나를 기억한다.
하지만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당신은 여전히 푸른 머리칼과 눈을 가졌던 나를 기억한다.
하지만 검은색의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당신은 여전히 나와, 오빠와 함께 했던 나날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당신을 죽였던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미안. 아는 사람이랑, 너무..... 같아서....." -이호

정확히는, 당신은 그 날 이후로 변한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누나? 이호 형?" -나가

그 때, 소란스러운 소리에 나가가 이쪽으로 와있었다.
안돼. 제발 그 입 다물어줘, 나가.
내가 아무리 속으로 외쳐도 그에게 닿지 않겠지.

"(-) 누나, 이호 형이랑 뭐해요?" -나가

아아, 불러버렸다.

내 이름, 불러버렸어.

선생님의 표정이, 싸악 굳는다.
나와 나가를 번갈아보며 나가에게 묻는 그의 표정에,
나는 그만 눈물이 찔끔나서 고개를 푹 더 숙였다.

".......나가, 다시 한 번 말해봐." -이호

"네? 뭘요?" -나가

이호의 물음에 나가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한 손으로 눈을 덮고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이호?" -오수

"뭔 소란이냐." -다나

서장님에 오수에, 모두가 이쪽으로 온다.
이대로 들키고 싶지 않아.
괴물같은 실험체였다는 것도, 특기를 숨겼다는 것도.
혼자서 그렇게 버텨왔는데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어.

"어? (-) 언니, 울어?" -혜나

혜나는 그렇게 말하며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똑똑히 들리는 내 이름에, 선생님이 나를 바라본다.

"(-)......?" -이호

떨리는 목소리에, 그리고 날 보는 푸른 눈에.

"너.... 정말 (-).....?" -이호

내가 다가오는 그에게.

"아..... 아아......." -이호

나를 끌어안아버리는 그에게 내가 가장 먼저 입을 열어
말한 한마디.

"이거 놔......"

그 작은 한마디가, 모두를 굳게 만들었다.
내 뒤에 나타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