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
천천히 몸에 전류가 흐르듯 몸이 떨려온다.
그렇게 천천히 고통이 커져가고, 이제는 정신마저 멀어진다.
순간 온몸에서 고동이 한 번 퍼졌고,
심장쪽의 옷깃을 세게 쥐며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주저앉았다.
"헉......헉......크흑......"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식은땀을 흘린다.
흐려져가는 시야 속에 내게 손을 뻗으며 우는 오르카가 일렁였다.
"....오르....카.....커헉......!!"
아아, 너는 또 운다.
네가 울지 않기를 바래서 이렇게 버티고 있는데도.
애써 안심시키려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아보지만,
무언가가 뚝 끊기는 듯한 소리와 함께 아까의 고통은
별 것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한순간에 큰 고통이 밀려왔다.
"흐으.... 으아아아악-!!"
마치 가시를 지닌 벌레하나가 온몸과 뇌를 구석구석 헤집는 느낌이었다.
몸은 달아올랐다 차가워지기를 반복하고
이마와 머리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으며,
입에선 검붉은 피를 토하고 온몸의 뼈마디가 붙었다 떨어지기를,
그리고 근육이 마구 수축했다 이완하기를
반복하는그런 느낌.
"크으.....끄으윽......끄아아아악!!"
눈 앞이 흐려졌다 밝아지길 반복했다.
나는 바닥에 쓰러진채로 고통에 못이겨 숨을 몰아쉬며
새하얗던 서류더미를 토해낸 피로 붉게 물들였다.
"당장 중지! 한계치가 넘었어, 당장 중지 시켜!!" -연구원3
"(-)님이........!!" -오르카
툭하고 기계가 꺼지는 소리와 동시에 심장이 멈추는 느낌처럼
온몸이 몇 초 동안 그렇게 굳어버렸다.
정신을 애써 붙잡아보지만, 발작이 멈추질 않는다.
"젠장.....! 부작용이 심해! 어서 진정제 투약해!" -연구원1
진정제의 주삿바늘이 팔에 꽂히고, 서서히 발작이 잦아든다.
시야가 조금 돌아왔을 때 보이는 것은, 피로 물든 검은 머리카락.
얼마 안가 나는 그것이 내 머리카락 이라는 것을,
유리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이제 괜찮아지겠지. 그 보다 어서 소장님께 부작용 보고를....." -연구원1
그들은 대충 조치를 취한 뒤 내가 움직일힘도 없자
안심하고서 오르카도 나도 족쇄를 풀어준 뒤 나가버렸다.
철컥하고 문이 닫히자마자, 이쪽으로 달려오는 오르카에게
시선을 돌릴 수도 없을 만큼. 눈동자도 움직이지 못할만큼 힘이 없다.
죽지 않은게, 다행인가.
"흐윽....(-)님.... (-)님.... 정신차리세....흡....." -오르카
오르카는 쓰러져있는 내 앞에 앉아 엉엉 울어댔다.
다른 방의 혼혈들도 나를 보며 덜덜 떨었다.
이 정도의 실험은 아직 본적이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뭣보다,
"(-)님.... 머리랑 눈이....흑......" -오르카
실험도중 내 머리색과 눈이 부작용인지 바뀌어버렸으니.
머리카락도, 심지어는 눈동자마저도 검게 물들어버렸다.
기도에 피가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없는 힘도 짜내어
특기로 입안의 피를 빼내었다.
특기를 쓰자 원래 푸른색으로 돌아오는 눈동자.
특기를 해제하자 다시 검정색으로 돌아온다.
이거, 이제 완전......
'사람이라곤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어.......'
힘들게 손을 뻗어 내 앞에서 울고 있는 오르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피가 볼에 묻어나도, 그 아이는
나를 보며 울먹거릴 뿐.
"아픈..... 사람.... 난데.... 왜.... 니가....울어.... 쿨럭...."
"말하지 마세요......!" -오르카
애써 붙잡던 정신이, 혼미해져간다.
괜찮아.
"오르카......."
잘 한 일이다.
"나......."
어차피 망가질 거라면,
"조금만.... 잘.... 게......."
다른 이를 대신해 망가지는 편이, 낫겠지.
그래,
.......잘 한 일이야.
내게 해주었던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