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비켜. 피아." -연구원2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물론 이곳에선 밖을 보지 못하지만,
시간상 지금쯤 이미 노을이 완전히 지고 밤이 찾아왔겠지.
역시나. 오늘도 어김없이 연구원들이 몰려든다.
"또 실험인가."
"뭐, 너도 있지만 오늘은 그 녀석이 먼저다." -연구원2
나는 그 말에 오르카를 흘끔 보았다.
오르카는 쪼르르 달려와선 내 뒤에 숨었다.
내 옷자락이 구겨질 정도로 세게 쥔 그 손이 심하게 떨렸다.
이 아이는 범고래혼혈. 원래의 특성을 살려 힘이나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실험을 해온 것으로 보였다.
그것이 얼마나 아픈지는 잘 안다. 근육과 뼈 마디마디가 끊어지는 느낌.
"(-)님.....흑..... (-)님......." -오르카
오르카는 내 뒤에서 내 옷가지를 붙든 채 울기 시작했다.
저런 매정하고 잔인한 인간들. 아니. 이미 인간도 아니다.
나는 이를 으득 갈았다.
"이제야 알겠군......."
왜 그 빌어먹을 영감이 다른 방도 아니고 이 방에
오르카를 데려왔는지 알아챈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영감. 내가 실험을 거부하니까 그 실험을 오르카에게 써서
내가 이 아이 대신 그 실험을 스스로 받게 하려는거다.
내가 이 아이를 버릴리가 없다는 걸 아는거다.
그렇다고 내가, 오르카를 놔둘순 없잖아.
"자, 고집부려봤자 소용없....." -연구원2
"......소장이 시켰나?"
내 말에 연구원은 입을 다물었다.
나는 내 뒤에서 벌벌떠는 오르카를 안고서 그를 노려보았다.
"그 영감의 교활한 생각 정도는 알 수 있어."
"..............." -연구원2
연구원은 한숨을 내쉬며 어딘가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자, 오르카는 눈시울이 붉게 물든 채
나를 올려다보았고, 나는 그런 오르카에게 미소지어보였다.
"이제 괜찮을거야, 오르카."
"그게 무슨........" -오르카
연구원들이 몇 번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오르카의
족쇄의 쇠사슬을 잡아당겨 방의 구석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구석의 기둥에 묶은 뒤, 다음에는 내 족쇄의 쇠사슬을
언제나의 실험 때처럼 기둥에 묶기 시작했다.
"(-)님? (-)님!!" -오르카
"얌전히 있어, 범고래 꼬마.
모처럼 대신 실험체가 되어준다잖냐?" -연구원1
"그런.......!" -오르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괴롭겠지만, 버티면 돼.
분명 내게 하려는 실험은 속도와 완력 증대.
지금 난 보통 인간보다 월등한 속도와 힘이 있다.
다만 그 사실을 숨겼을 뿐. 이 상태에서 더 실험을 받는다면
내 계산으로 보아 역겨운 자들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몰라.
부작용이 있더라도, 비록 죽기 직전까지 가더라도.
'무엇보다.......'
저 아이를 지켜주고 싶으니까.
선생님과 오빠가. 그리고 부모님이
내게 해주었던 것 처럼.
내가. 그 아이에게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