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 맞는......" -이호

"선생님......!!"

살아 계셨어. 살릴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다급하게 치료할 것을 찾으려
일어나자 선생님께선 내 손을 붙잡았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리세요....! 얼른 치료할테니까....!"

"........됐어, (-)." -이호

"아직 안 늦었으니까...! 살 수 있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애써 눈물을 참으며 뒤를 돌아보았을 때 보이는 것은
익숙하고,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하얀 빛.
나는 그 빛을 보자마자 아까 선생님의 됐다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선생님....... "

선생님의 특기, 힐링.
하지만 힐링이라는 특기는 체력도 받쳐줘야하는데,
아까까지만해도 선생님의 상태는........
........설마. 소장이 말했던 불로불사의 존재가.....

"이제...... 됐어, (-)......." -이호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선생님은 내 손을 놓았다.
배신당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선생님이 살아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해서... 그래서....

".......어디 갔었던거니....." -이호

"그 빌어먹을 영감이.... 역시, 선생님도 모르셨군요."

"미안..... 미안..... 찾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이호

거짓말이, 아냐. 선생님은 정말 모르셨던거야.
하지만 그 말은 동시에 모래 오빠 일은 알았다는 얘기가 돼.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어떻게 살아야해?이런 몸으로는 선생님 곁에 있을 수 없어.
나 때문에, 내 특기 때문에 위험해질 수도 있다.
아직 제어하는게 힘들어.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으면......

".........(-), 부탁이.... 있어." -이호

"네......?"

선생님은 바닥에 떨어진 유리의 파편을 주워서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내 손에 쥐어주고는
이내 내 손을 끌어다 자신의 심장 앞에 놓았다.

"날, 죽여." -이호

나는 그 말에 다시 한 번 굳어버렸다.
왜? 어째서, 어째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거죠?
왜 나에게 그런 일을, 잔인한 일을 하게 만드는 건가요? 왜. 왜.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는 외치지만 입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말해. 제발, 말하라고.

"선생.... 님......"

하지만 내 입에선 울음섞인 목소리로 간신히 선생님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질 않았다.

"죽인 자의 특기를 가지게 되는 특기라면,
날 죽이고 내 특기를 얻어. 그리고 살아.
난 어차피 죽지 않으니까......." -이호

"선생님......!"

"난..... 선생이라 불릴 자격, 없어." -이호

아무리 죽지 않는다지만, 어떻게 그런 소릴 하시는거죠?
당신에게는 별 거 아닐지 몰라도, 내게는 잔인한 일이란 말입니다.
왜 다른 사람의 입장은 생각해주지 못하는거에요.

"싫어요.... 그런 건..... 흑.... 싫어요...."

"......(-)." -이호

이내 내 등을 한 번 쓸어내리는 선생님.
예전에 났었던 등의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다.
따스한 그 느낌도 잠시, 선생님이 나를 잡아당겨
와락 안았고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손에는 뜨거운 것이 와닿았다.

"잠깐 자고 일어.... 나면 되니까......
어디 가지 말...고... 있....어야....된....." -이호

툭하는 소리. 그리고, 내 어깨에 닿는 그의 하얀 머리카락.
찔린 심장의 고동은 서서히 멈추어갔고 내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새어나왔다.
동시에 손에서는 하얀 빛이 한 번 맴돌았다 사라졌고,
손에 억지로 쥐어져있던 유리조각이 떨어져 거슬리는 소리를 내었다.

"아.....아아......"

또 다시 손을 적신 것은, 붉은 색.
하얀 빛이 일며 그를 치료한다.
다시 돌아오는 숨소리와 온기에 나는 멍하니 있다가
내 손으로 그의 상처를 한 번 쓸었다.
낫고있다. 선생님의 특기마저, 복사해버렸다.

".........약속, 못.... 지킬 것 같네요."

치료는 했으니, 잠에서 깨면 선생님은 멀쩡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에게는 가족이 있다고했다.
돌아갈 곳이. 받아줄 곳이 있는거야.
하지만 나는 그런 것 따위는 모른다.
적어도 복사한 특기를 완벽히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의 옆에 있어서는 안돼.
위험해져. 설령 불사라 해도 다시는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나는 지금부터 오빠와 오르카를 찾아볼 생각이다.
찾은 뒤에, 지금처럼 다시 떠나버릴지도 모르지만.

"............안녕, 천사님."

핏빛으로 물든 연구소. 아직 그대로인 내 방의 서랍에서 옷을 꺼내 갈아입고서,
그대로 그곳을 떠났다.
이제부터 어떻게 살던간에, 내가 어떻게 살던간에
신경쓰지 마세요 선생님.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고, 행복해지세요.

하늘을 올려다보니, 푸르다.
내 예전 색과 같이, 푸르다.

이젠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비명을 지르던 이 몸의 아픔도 이젠 느껴지지 않아.

이제서야, 내가 제일 두려워하던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아아-


또 혼자다.


[Main Story : 희망고문, 그리고 엇갈림]
[Fin]


내가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