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 이쪽 정리 좀 해!" -점장
"아, 네!"
꽤나 이른 아침.
아침부터 어항 진열을 정리하고 있는 내 신세.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살아온 끝에 지금은 펫숍 직원이다.
"나 참.... 국적도 뭣도 불분명한 녀석을 큰 맘 먹고 받아줬건만...." -점장
"열심히 할테니까 해고는 좀...."
"알았다, 알았어. 경비원까지 겸해서 하니까 못 자르는 줄 알아." -점장
점장은 거칠게 문을 닫고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여간 성질은 더러워가지고 확 그냥.
"하아...... 피곤해......."
문득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어느덧 나는 그저 소녀가 아닌 어엿한 어른이 되어버렸고,
국적도 뭣도 불분명해서 겨우 취직한 알바가 이곳.
가불을 받아 월세방을 구해 어찌어찌 살고는 있지만
역시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펫숍에서 판매원이자 경비로 일하고있다.
'나도 이렇게 커버렸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이호 선생님은 분명 그 모습 그대로 늙지도 않았겠지.
오빠는 어쩌면 조금은 어른 같아졌을지도 몰라.
오르카도 지금쯤 나보다 키가 더 커졌겠지.
다들 분명 그렇게 잘 지내고 있을거야.
지금의 나 보다, 더 잘 지내고 있을거야.
'.......떠난 건, 잘한 일이야.'
그나저나 이번 달은 또 어떻게 버티려나.
나름 배운 것도 많고, 어딘가의 연구원으로 들어가도
꽤나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은 한다.
하지만 점장 녀석 말대로 난 국적도 뭣도 없는걸.
실험체로 살다가 탈출한 녀석인데.
그래서 몇 번이고 속아온 적도 있었다.
'저번의 그 녀석들.... 누가 잡아갔더라?'
제일 처음에는 치한을 패고 있는 날 본 녀석들이 경호를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의뢰비를 받고 했었는데,
그게 마약상들이었다는 걸 알고 전부 박살내고 나와버렸다.
그 때 나중에 와서 뒷북치고 수습하던 단체가 있었는데....
음.... 어디였더라.... 그러니까.......
"숟가락? 아니지 스푼이던가."
이름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검색해보니 히어로 기관이라고 나왔었지.
사실 처음에는 거기에 의뢰해 일자리를 구해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건 내 문제고, 무엇보다 히어로가 이런 일을 도울리가없잖아.
거기서 일하게 해달라기엔 연줄도 없고 무엇보다 국적이....으음.
"맞다, 어항청소."
나는 그제서야 잊고 있던 일을 떠올렸다.
다른 손님들이 보기 전에 끝내야한다.
특기 제어도 이제는 쉽고, 얼마든지 써도 아프지 않으니까.
무엇보다 물을 조종해하는게 어항청소에는 효율적이다.
'나 참 손님도 안 오는 이 가게는 왜 차린건데......
내 월급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거야?'
염력으로 앉아서 정리를 끝마친 뒤, 한숨을 내쉰다.
복사한 특기를 웬만해서는 쓰고 싶지 않다.
다른 누군가가 이 특기의 출저에 대해 알기라도 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무엇보다 내가 살인자인 것을
알면서도 날 받아줄 사람이 있기는 할까.
"또 궁상맞게 스리......."
이딴 생각은 관두는게 좋겠다 싶어 바닥청소라도 할까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 때,
"여기 맞는거야?" -나가
"아, 맞다니까!!" -혜나
"얘드라 따우디마......" -사사
손님 적기로 유명한 이 펫숍에
꽤나 시끌벅적한 손님 셋이 들어왔다.
날씨 한 번 드럽게 맑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