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나는 곧바로 손님 분석에 들어갔다.
어리버리해보이는 안경 남고생이 하나.
혀가 짧은 듯한 까마귀 혼혈 남자가 하나.
그리고 분홍머리 어린 여자애 하나.
대체 무슨 조합인지 도통 모르겠다.
여자애가 주도권을 잡고있는 건 확실한 것 같지만.

"저 누나, 이 물고기는 뭐에요?" -나가

"그건 그냥 어항 장식품인데......"

"그....그럼 이 식물은 뭐에요? 와아, 정말 싱싱하...." -나가

"그거 가짠데....."

"...........어, 음 ..... 그러니까......" -나가

도저히 대화가 진전되지 않는다.
수상하다. 정말 수상해. 아니 연관성이라곤 없어보이는
셋의 조합이라는 것도 그거지만
저 남고생 억지로 관심있는 척 연기하는 것 같잖아......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내가 묻자 셋 다 화들짝 놀란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온 걸까 이 사람들.
뭐 무슨 일이 있던간에 제압할 자신은 있다만은.

"저 언니..... 구경 좀 해도 되요?" -혜나

"얼마든지 그러세요~"

내가 웃으며 얘기하자 마주 웃고는 분홍머리 여자애는
두 남자를 데리고서 조금 구석진 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무언가 쑥덕거렸다. 뭐야 저 사람들....

"여기맞아?! 그리고 제대로 좀 하던가!" -혜나

"그렇지만 저 누나는 모르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웃는 얼굴 예쁘더라....
" -나가

"배후가 이쓸꺼가끼도 하고....
저 사라믄 아니라고 생가케....
" -사사

"하여간 남자들이란......
안되겠다, 내가 해볼게.
" -혜나

내가 무슨 일 있는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자,
분홍머리 여자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혹시 이거 말고 다른 건 없나요?" -혜나

"아, 점장 님이 오늘 새로 들여올 동물친구가 있다고는 했는데,
지금은 매장 안에 있는게 다에요."

분홍머리 여자애는 그러더니 알겠다며 남자 둘의
등을 떠밀어 밖으로 나갔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는 아이.

"다음에 저희 언니한테 얘기해서 다시 올게요~" -혜나

"얼마든지. 세 분다 잘가세요~"

그렇게 점점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다가,
나는 피식 웃어버렸다.

"엄청 밝은 여자애네......"

평범한 곳에서. 그렇게 사랑받으며 자라온 아이는
저렇게 까지 밝을 수도 있는 거구나.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살았는데.

'지금은 이런 쪽이 더 익숙해져버렸지만.'

의심해야만한다. 살아남기 위해선 다른 이를 경계하고,
별 것 아닌 것도 의심하며 사랑을 갈구해서도 사랑을 주어서도 안된다.
그렇게 세상에서 완전히 격리한 듯 그렇지 않은 듯
애매한 경계선 위에서 살아왔다.

그래. 그렇게 살아왔잖아.

"........어?"

그럼 끝까지 경계하고, 그들의 뒷모습을 다시 보지 말았어야했다.

"저 녀석은........"

아까의 세 명 곁에 있는 익숙한 녀석.
얼핏 지나갔던 것 같은 사람 중 하나라고 간단히
생각할 수 없는 존재였다.

"영감의.... 악마......"

녹턴. 그 빛나는 머리카락은 멀리서도 보인다.
그들과 관계가 있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그 때, 아까의 분홍머리 여자애의
손에 들린 빗자루를 보고서 알아차렸다.
저 아이가 마녀, 즉 계약자였구나.

'언니가 온다고 했지.'

아직은 기다리자.

그나마 조금 평범해진 삶이, 더 안정될 때까지 만이라도.
꽤나 시끌벅적한 손님 셋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