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내 이름을 부르려는 듯 입을 떼었지만,
나는 내 이름을 말하지 직전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안 들려요.....?"

이호 선생님의 손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간다.
그런 그를 보다가, 애꿎은 입술만 잘근거리던 나는
그대로 그를 밀쳐내었다.

"놓으라구요!!"

밀쳐내자 그제서야 제대로 보이는 그의 표정.
멍하니 있는 그 눈에서 당황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그대로 안아주기라도 하리라고 예상했을까?
내가 당신에게 따뜻하게 대하리라고 생각했을까?
단순히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기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 무엇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그것들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 " -이호

모두가 나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본다.
일호는 이제서야 알아차린 듯 싶다.
아아, 그렇겠지. 날 처음 본 사람이었으니까.
처음에 선생님과 착각했었지.
일호는 나를 보더니 이내 다른 사람들이 이쪽으로
오려는 것을 막았다.

"왜, 왜 그랬어요!"

당신이 정말로 나를 구하려했었다면,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했습니다.

"아니 나는 몰랐다쳐도... 오빠는... 왜....!"

당신도 오빠가 실험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있었고,
또한 그 빌어먹을 영감의 실험에 가담했습니다.
그런 것 정도는, 어떻게든 이해하려 노력했어요.
하지만 그게 쉽게 될 만큼 난 아직 크지 못했으니까.

"당신처럼 죽지 않는, 불로불사의 자식이 갖고싶었어요?!"

비수같은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나 자신이 놀랍다.
이런 말을 하는 나조차 아플만큼.
정말로 보고싶었지만 동시에 그렇지 않았다.
당신에 대한 원망을 이런식으로 쏟게 될까봐.

"나에게 그런 잔인한 짓을 시켜놓고..."

비록 내 의지가 아니었더라도, 당신을 죽인 죄를
이런 방법으로 풀려고할까봐.

"이상향 따위.... 알게 뭐야......!"

그래. 이상향도 꿈이라면 꿈일지도 모르지.
쓸데없이 길고 긴데 마치 현실같아서 믿어버리는.
소중한 누군가가 언젠가 사라진다는 것을 모르는 채
그 어린 시절에 유리방 안에 갇혀서는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그런 뭣같은 꿈이다.
꿈을 꾸는 것이라고 믿는 것보다,
꿈이라고 믿고 싶지만 머리가 부정하는 것이
더 잔인한 것과 마찬가지.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그러지 말고, 말을 해달란말야....!!" -이호

지금까지의 일들이 꿈이길 바란다는
그 말이 가장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꿈이라고 믿어버리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후회는 아무리 해도 부질없기에 후회라는 것을.
그것들을 깨달은 것은 고작 그 어린 나이였다.
그런 내가 꿈이란 것을 꾸고 싶다고 생각할리가,

"제발......." -이호

없지 않은가.

".......서장님."

"........알겠다. 자세한 건 나중에 들을테니." -다나

서장님과 함께 우리 둘을 제외한 모두가 나갔다.
저녁 때 까지는 오라는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운다. 울고있다. 울지 말아요. 울지 말아요.
나는 눈에서 검정색 렌즈를 빼었다.
그리고, 그대로 특기를 써 우리 두 사람의 눈물을
공중에 띄운 채 그의 볼을 어루만졌다.

"울지말아요......."

특기를 쓰자 푸르게 변한 눈을 보고서, 그는 더욱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내가 꿈이란 것을 꾸고 싶다고 생각할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더 이상 그 딴 이상향에 잡혀살지 않으리라
그렇게 다짐했는데.

"(-).....!!" -이호

아아, 또 다시 나는,


당신에게. 무너졌다.

그 작은 한마디가, 모두를 굳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