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백모래. 하얀찐따같이 생긴 녀석이다. 아니, 그냥 하얀찐따야." -다나

동명이인일거야. 그냥 비슷한 사람일거야.
이런 생각을 좀처럼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나 자신조차 확신했다.
특기가 정화에, 보통 사람보단 뛰어난 힘과 속도.
그리고 무엇보다 생김새가 일치하다.
그렇다는 건 역시 오빠가 선생님을.....

"그 외에도 메두사라던가 빌어먹을 범고래라던가
몇몇이 더 있긴 하지만요." -귀능

"그.... 좀 또라이 같은 나비혼혈도....." -나가

더 이상 그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역시 오르카는 오빠와 함께 있었던건가.
그럼 다행이다. 팔도 오빠가 정화해주었을거고,
글이라던가 여러가지도 오빠가 가르쳐주었을테니까.
다른 사람들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기.... 제가 평소에 식물에 관심이 좀 있어서 그러는데
구경 좀 하고와도 될까요?"

더 이상은 평소처럼 있지 못할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호는 지하에 정원이 있다며 말해주었고,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아래로, 더 아래로. 그렇게 끝에 다다라 한 걸음 더 내딛었을 땐,

"우와........."

두 눈에 초록색이 가득 담겼다.
지하인데도 태양이 있는 것 같다. 천장에 있는 것은 인공조명.
그런데 저거 전기세 하나는 어마어마하겠네.
뭐, 오수가 있으니까 괜찮기는 하겠지만....

'....일부러 가지치기는 하지 않는건가.'

식물에 손 댄 흔적이 하나도 없다.
관상용이라면 가지치기를 할 법도 한데,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건 일호의 생각일 것이다. 아마도.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은, 나도 알아.'

전부 그대로 두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을.
그 빌어먹을 영감이 날 주워왔고, 또한 실험체로 사용했다.
그 결과 지금의 나는 이렇게 되어버렸다.
오빠도 그대로 두었으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럼 모두는 지금도 함께일텐데.
후회는 아무리 해봤자 부질없기에 후회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먼저 돌아갈까.'

여기에 더 있어봤자 불편할 것 같다.
오늘은 그만 집으로 돌아가서, 혼자 생각해보는게 좋겠어.

'응?'

그렇게 생각하며 모두가 있는 곳으로 향하던 도중,
길을 잘못 든건지 이상한 곳이 나왔다.
아니지. 저쪽에 출구가 있으니 아까 올 때 못 본건가.
꽤나 익숙하게 생긴 방. 허락없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건 알지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 안으로 더 들어갔다.

"......연구같은 걸 하는 곳 같은데...."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다. 어디서 이런 방 구조를 봤더라?
분명 어딘가에서 비슷한 방을 본 것 같은데.....

"저건.... 표본...인가?"

내장? 내장 표본?
일호에게 선생님이 선물로 보낸거라고 생각했지만,
주위를 더 둘러보던 나는 그 생각을 접었다.
익숙해보이던 방이, 내 기억에 있던 선생님의 방과
비슷하게 겹쳐보였다.
나가려 하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건........."

어렸을 적, 내가 그에게 주었던 선물.

"그건 건드리지마." -이호

그리고,


내 뒤에 나타난 그-
그 웃음마저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