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으세요?" -일호
내게 괜찮냐며 뻗어오는 손에 나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괜찮다고 손을 내저었다.
"(-) 언니, 왜 그래?" -혜냐
"별 거 아냐. 은발은 처음봐서."
대충 둘러대었지만, 자꾸 눈길이 간다.
그렇게 내가 멋쩍게 웃고 있을 때, 나가는 내 앞으로 나와서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 이쪽은 (-) 누나에요. (-) 누나, 이쪽은 일호 형." -나가
일호? 일호라고?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아니다, 거의 확실해.
이 사람은......
"반가워요, (-). 일호라고 합니다." -일호
이호 선생님의 쌍둥이 형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선생님의 조수로 있을 때 어쩌다 편지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날 처음으로 발견했던 것은 이호 선생님이 아니라
그의 형이었다고 선생님이 말했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얼굴을 보고 내가 착각할만큼 닮았다는 것.
"(-).... 아는 사람이 비슷한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일호
"그런가요?"
"제가 알기로는 그 아이는 머리색도 눈동자도 푸르거든요.
혹시 염색이나 렌즈 한 거 아니죠?" -일호
나는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 보여주었다.
모근까지 검은색인걸 보자 알겠다는 그다.
"꼭 그런 식으로 안해도...." -다나
"(-)양, 안 아파요?" -귀능
"머리카락 한 가닥인데 뭘."
사실 지금 검정색 렌즈를 끼고있기는 하다.
특기를 쓸 때는 파란색이 되어버리니까 평소에도 끼는 편이다.
그것까지는 들키지 않겠지.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모두들 우선 식사부터 하지않겠어요?" -일호
"그래요. 벌써 점심 때네요." -오수
그래. 어차피 나중에 들킬 거라면 밝히는게 나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 다시 괴물이라고 하지 않을까.
나는 너무 위험하다며 놓아버리지 않을까.
적어도 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오빠도 오르카도 잃고, 선생님을 내 손으로 끝내버렸다.
"언니, 얼른 와!" -혜나
"알았어, 알았어."
더 이상 그런 건 싫으니까.
그러니까, 조금 더 거짓말쟁이로 남고싶어.
"맞다, 서장님."
"아? 왜 불러." -다나
"그런데 여기는 스푼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거에요?"
내 한마디에 수저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식탁에서 사라졌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무슨 연관이냐니, 너....." -다나
서장님은 그러다가 귀능이를 째려보았다.
'조금 있다 나 좀 보자'라는 무언의 협박이 담긴 눈으로.
우선 식사부터 마치고 얘기하자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미소에, 멈춰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