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또 편지인가." -이호

뻗친 은발에, 푸른 눈동자. 하얀 가운과 하얀 날개를 가진
그가, 책상 위의 편지를 집어들고선 궁시렁거렸다.
일호의 쌍둥이인 그는, 이내 그 편지가 자신의 형에게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손목 잘렸다느니 시덥잖은 거겠지......" -이호

궁시렁거리며 편지를 신경질 적으로 뜯는 그다.
그렇게 입에는 빵 하나를 문 채 편지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음? 시체?" -이호

그러던 그 때, 편지의 '시체'라는 단어 하나를 보고서는
아직 아침잠에 취해있던 눈이 번쩍 뜨였다.
입의 빵을 마저 다 먹고서 다시 편지를 읽는 그다.

"어제 시체 두 구나 치웠다..... 살인자를 목격했는데....." -이호

이호는 아까보다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편지를 책상 위에 내려놓은 뒤 밖으로 향했다.

"대체 뭔......"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어제 살인자를 목격했는데,
그것이 머리색도 눈색도 푸른 한 어린 여자아이였다는 것.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걸까 싶을 만큼 잔인한 시체였으며,
그 아이는 울면서도 계속 시체를 찌르고 있었다는 것.

"이 형이.... 하도 할 짓 없으니까 소설을 써요 소설을....." -이호

놀란 그였지만 이내 아무일 없었다는 듯 대충 넘기고서
지금쯤 돌아와있을 소장에게로 향했다.
어제 무슨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나 뭐라나.

"꽤나 일찍 일어났군, 이호 군." -소장

뒤쪽에서 들려오는 나이가 든 남성의 목소리에 이호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이내 굳어버렸다.
소장의 옆에 서있는, 한 어린 꼬마.
편지의 내용 그대로, 하늘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지닌 아이.

".....그건 뭐야?" -이호

이호가 그에게 묻자 그는 그저 씨익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이상향을 현실화 시켜줄 아이지." -소장

그 때는 그 말 뜻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소장은 그 아이를 이호에게 넘겨준 뒤 연구소로 들어가버렸고,
이호는 그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피곤한 듯했다. 그리고 눈빛이 여느 아이들과는 다르게 죽어있었다.
바다와도 같은 눈색이지만, 바다 같은 맑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손톱 사이에 아직 조금 남아있는 혈흔에,
이호는 순간 소름이 끼쳤지만 이내 아이를 데리고서 들어갔다.
그로인해 드리운 어둠은 붉은 피를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