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노려보지만 말고, 말이라도 해봐." -백모래

어느샌가 은근슬쩍 내 옆에 안는다.
앉은 키로 보니, 대략 10살....? 아니 그 이하?
아무튼 10살에서 10살이하 정도의 나이차이.
그래서 괜히 신경쓰는걸까. 바보같아.
그리고, 이 녀석이 오자 속으로 기대해버린 나는 더더욱.

"나....날씨가 좋지?" -백모래

"....................."

"배 안고파?" -백모래

"......................"

뭐라는건지. 이렇게 관심을 받아본 건 여기에 온 뒤
이호 선생님을 제외하고 처음인지라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던 도중 힐끔하고 백모래라는 사람을 보다가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쳐 재빠르게 눈을 돌려버렸다.

"이제보니 너, 머리 색이랑 눈 색이 참 예쁘네." -백모래

그 말에 나는 다음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물색이니 하늘색이니 뭐니 하겠지.
싫은데. 또 다시 예전처럼 되어버릴 것 같은데.
그 두려움에 말없이 눈을 감고있자 이내 내 볼에 손길이 와닿았다.

"그러니까 웃어봐. 더욱 예쁠거야." -백모래

내 볼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그 느낌에 결국 나는 또 다시 눈물이 나버렸다.
무서워. 나, 네가 너무나도 무서워.
뭔데 이렇게 나를 자꾸 기대하게 만드는데.
니가 뭔데 왜 날 이해하려 드는 건데.
자꾸 그러면 이 때까지 웃지도 못하고 지내온게 더 후회되잖아.

"에엑? 미....미안! 혹시 이게 아픈거야? 이상하다 살짝했는데...." -백모래

그의 손길이 닿는 순간 머릿속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맑아지고, 솔직해진다. 이 손길이 그리웠다고.
사랑받고 그런 미소를 짓는 네가 부러웠다고.
처음 갔을 때 진짜 갔을까 해서 미안하고 무서웠다고.
그래서 지금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고.
그런 말조차도 삼킨 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닦았다.

"같이 가는게 싫다면.
그럼 난 먼저 가서, 선생님께 너 여기있다고 말씀드릴....." -백모래

먼저 앞서가는 그의 손을 나도 모르게 덥썩 잡아버렸다.
그는 놀란 표정, 기쁜 표정을 동시에 얼굴에 드러내었고
나는 목맨소리로 말하며 그 손을 꽈악 잡았다.

".......같이가."

내 그 한마디 만으로도, 그는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게 너무나 고마워서. 그리고 나중에 나에게 실망할까봐 두려워서.
그래서 그렇게 한동안은 특기를 써서 눈물을 막았다.

이제는,

'손.... 따뜻하네.......'


춥지 않다.
그럴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