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혼혈?"

내 말에 흠칫하는 그 남자는, 뿔이 달려있었다.
뿔이 달려있고, 머리카락 색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났다.
적어도 순혈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네가 이렇게.... 해놓은 거야....? 이런 어린 애가....?" -녹턴

"성인은 아니지만, 어리지 않아."

나는 특기를 써 공기중의 물방울을 날카롭게 얼린 뒤
그 남자의 주위를 에워쌌다.
만약, 실험체가 아닌 연구에 관련된 자라면 그대로 찔러죽이면 그만.

"혼혈이냐고, 물었잖아."

내가 묻자 아무런 대답도 하질 않는다.
혼혈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묻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 맞는지도 모르겠어.
지구상에 있는 생물이 맞기는 한걸까?
인간에서 느껴지는 물의 흐름과는 조금 달라.

"....보아하니 넌,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았나보구나." -녹턴

설마했는데, 진짜였어?
생각해보니까 정신이 혼미했을 때라서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소장이 옆에 있던 한 혼혈 남자를 '녹턴'이라 불렀었다.
그 때 분명 저 남자랑 비슷하게 생겼었는데.....

"혹시 그 때 말한 '피아' 라는게 너야?" -녹턴

".......내 이름은 그런 이름이, 아냐."

이젠 그 이름을 들으면 이가 바득바득 갈린다.
내가 금방이라도 죽일 듯 노려보자 그는 흠칫했고,
나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특기를 풀어 그를 에워싸던
얼음조각을 부숴버렸다.

"나는 악마야." -녹턴

"...........혹시 아파? 머리라던가...."

내 말에 울컥해서 조금 인상을 쓰는게 아니라
오히려 서러운 듯 표정을 짓는다. 악마 맞는거냐.
확실히 선생님 책에서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있으리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계약이니 뭐니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는 사례를 본 적은 있지만
그것도 믿지 않았었고.....

".....확실히 뿔도 있고, 눈도 머리카락도......"

"악마라는 걸 믿어주는건 고마운데,
이 사람들 전부 니가 죽였......" -녹턴

역시 연구진들과 한패구나 싶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공기중의 물방울을 손에 모이게해 얼게 해서 칼처럼 만든 뒤,
손에 쥐고서 바로 그자의 앞까지 달려 목에 칼을 겨누었다.

".......역시 네가 한 짓이 맞구나." -녹턴

"목에 칼이 들어왔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얘기......"

스윽 보니 조금 겁 먹은 듯 하다.

"....하는 건 아니지만, 꽤나 침착하네."

대체 이 녀석, 악마는 맞는걸까? 왜 이렇게 착하다 못해
호구같아보이지? 연구원들 대화 중 소장을 말리는
친구가 있다던거, 혹시 이 녀석일지도.
날 죽이려는 것 같지도,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도 않으니 상관없으려나.

"악마라고, 믿는거야....?" -녹턴

어차피 이 녀석은 여기서 죽이던 죽이지 않던 상관없어.
그리고 악마라는게 그리 간단하게 죽지 않을지도 모르고.
나는 칼을 거두고서 바닥에 버린 뒤 등을 돌려 출구를 향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정말 네 말이 사실이라면 그 영감이 계약자겠구나 싶어서."

사실은 확신하고 있지만 말이지.

"정말이면 어쩔건데?" -녹턴

그의 눈동자는 마치 초승달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나도 예전에는 이 눈에 바다를 담고있다고,
그렇게 말해주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보같이 나는 왜 또 다시 이런 생각을 해버리는걸까.

" 당신에게 사과하려고."

잊었어?

"지금 그 영감을, 죽이러 갈 생각이라서. 말이지."

지금은, 한 가지만 생각해야할 때야.
그런 그 자와, 눈이 마주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