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옆에 있어줘야 할 사람이 있잖아“
“...”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희미해져가는 숨을 부여잡으며 남자는 울 것 같은 표정의 소년에게 애써 작은 웃음을 보였다.
애석하게도 전장에서 살아남은 건 둘 뿐이었는데도
남자는 소년의 품에 안겨 가녀린 숨을 내쉬고 있는 여자를 보며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꼭 이렇게까지 하셨어야 했습니까?”
“왜 임마”
“당신이 굳이 나를 위해 한 일은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어요.”
“그래”
“하지만 이렇게 해봤자 히지카타 씨 당신에게 좋을 건 하나도 없잖아요.”
“알아”
“히지카타 씨 당신은 바보야”
“알고 있어”
소년과 소녀를 대신해 맞은 칼날은 잔인하게도 남자를 관통했고, 다리를 땅에 내려놓을 새도 없이 남자는 싸웠다.
소년과 소녀를 향해 날아오는 무차별적인 공격에도 칼을 휘두를 때마다 상처의 살이 찢어지는 고통에도
남자는 강하게 맞서 싸웠다. 그런 그는 싸움이 끝나고 난 후에 겨우 칼을 땅에 꽂아 몸을 지탱했지만
칼로 지탱하며 서던 다리마저도 힘이 풀린 건지 남자는 괴로운 신음을 내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소년은 여자를 안고 있어 손을 쓸 수도 없었기에 놀라며 남자에게 급히 다가가
무릎을 꿇고 남자의 상태를 보니 눈에 보기에도 심각해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히지카타 씨 나는 당신이 정말 싫어요.”
“...”
“하지만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죽지 마세요. 당신은 내 손에서 죽어야 하니까.”
“왜 그런 말이 않나오나 했다.”
살벌한 말을 꺼내는 소년은 그와 달리 눈은 창백해져가는 남자를 흐린 초점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소년은 안고 있던 소녀의 팔을 살며시 풀며 남자가 여자를 볼 수 있게끔
자세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