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비
ㅡ비다.
후두둑. 쏟아지는 빗방울을 툇마루에 앉아 소녀는 가만 바라보았다. 짙게 흩어진 구름 사이로 굵은 빗방울이 쉼 없이 떨어졌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너는 소리도 없이 나타나서 확, 하고 끌어안아주지 않을까.
그런 작은 바람을 갖고서 소녀는 숨을 죽였다. 멀리서부터 일정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부푼 마음을 애써 숨긴 채 소녀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뭐하고 있어.” ─그러다 감기 걸린다.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익숙한 담배연기가 젖은 하늘을 가리듯 자욱이 깔렸다. 소녀는 마른 눈을 떴다.
아아, 그래. 너는 이제, 내 곁에 없다.
소녀의 마른 눈에 물기가 차올라, 빗방울이 뚝뚝 하고 이내 얼굴을 적셨다. 곁에 서 있던 커다란 손이 머리를 헝클인다.
애써 모르는 체 하며 어깨에 덮어준 검은 제복은, 꼭 추억 속 ‘네 것’과 같아서. 소녀는 젖은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나 코끝에 스치는 특유의 담배냄새는 얄궂게도, 추억 속 ‘그 옷’이 아니라는 것만 깨닫게 할 뿐이었다.
“괜찮아요.”너는 언제나 그렇게 말했다.
“누님이 걱정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너는 언제나 그렇게 말했다 .
“이래봬도 제가 천재거든요.”
너는 언제나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런데 그랬던 너는 어째서 이리도 무정한가.
언제나 따뜻하기만 했던 너의 단단한 손도, 언제나 넉넉했던 너의 품도, 언제나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봐주었던 너의 눈까지도.
전부 싸늘하게 변해버려 돌아왔다. 더 이상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너는. 매정하게도 마지막 인사마저 허락하지 않은 채 곁을 떠나버렸다.
소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어느새 하늘은 맑게 개어있었다. 잘게 흩어진 구름들 사이로 햇빛이 비쳐왔다. 그러나 소녀가 보는 하늘만은,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이 비는, 언제쯤에야─그치게 될까.
한 익명의 공주님 께서 저번주 비가오는 날에 애잔하고 안타까운 팬픽을 보내주셨습니다 :)
글의 끝에선 비는 그쳤지만 소고를 그리는 히로인의 눈에는 아직 비가 마르지 않아 보는 이 마저 애석하네요 ㅠㅜ
멋진 팬픽 정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