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재미는 있었나요?
내게 재미를 묻는 소고의 표정은 지극히 온화하다.
대답이 없는 날 보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왜요? 내가 누님에게 실망이라도 성이라도 낼 줄 알았나요?
그렇지 않아요 누님..난 누님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걸
소고는 빙긋 웃으며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었다.
->역으로 누님도 날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 죽이고 싶은 녀석은 누굽니까..?
왜 모르는 표정을 하고 있어요? 말했잖아요?
누님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는 뜻으로 듣는다고,
응? 그렇죠? 내가 무슨 반응이 나올 줄 다 알고, 그런 말을 한 거잖아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소고의 붉은 눈이 날카롭게 서렸고, 금세 늘 내게 보이던 표정으로 쓸던 머리칼을 꾹 쥐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누님이 그 녀석과 지낸 만큼
누님이 그 녀석을 증오한 만큼 잔인하고 처참하게 죽여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