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자신 있어!!)
->우와-굉장하네 누님, 벌써부터 배부른 기분이야
(어딜 도망가)
밖에서 일하고 오는 소고에게 맛있는 밥이라도 해주고 싶은 맘은 굴뚝이었는데
아무래도 초보 아내이다 보니까 내 요리 실력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래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 오늘도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어냈다!!!
(맛 어때?! 맛있어?!)
->우주 맛.
(국자로 맞을래?)
나에겐 한없이 다정하고 상냥한 소고라도 저 솔직함은 어디 가질 못하는지
차려주면 남김없이 먹어주긴 했지만 내맘도 모르고 매번 돌아오는 소고의 맛 평가는 ‘우주’ 였다..
->우주 맛이라는 게 더 대단하지 않나요.
미지의 세계 그 차제지 않습니까, 우주란 건
그만큼 누님의 요리는 대단하면서 미지의 맛이라는..
(차라리 욕을 해.)
그래도 포기할까보냐!
현모양처는 아니더라도 밥 하나는 제대로 해주고 싶은 게 현재 나의 마음인 걸
언젠간 소고도 이런 나를 알고 맛있다 말해주는 날은 꼭 올 것이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열심히 만들어냈던 어느 날
->어라 오늘은 좀 의외인데요.
(응..?)
->우주를 여행하는 기분이 안 듭니다.
(정말?!)
드디어 나의 정성이 성과를 들어내는 날인 듯 했다!
(어떤데? 맛이 어떤데?!)
->달 맛.
(달...?)
->네
이번엔 무슨 맛이냐 물으니 뜬금없는 달이란다...
설마..무슨 달이냐 물어보니 하늘에 있는 달이라 대답했다..
(....)
->우주를 벗어났네요, 축하해 누님
(먹지마..)
->드디어 지구의 맛에 한층 가까워지지 않았습니까.
(먹지마...)
->왜요, 달 여행도 나름 색다른 맛인데
(먹지마!!!!!!!!!!)
참하고 좋은 아내의 길이란건 생각보다 길고 고달프고 슬픈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