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바드 님이 특별히 출입을 허락해 주신 서재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책을 발견했다.
나는 책을 집어 들어 신드바드 님께 다시 한 번 허락을 구했고 신드바드 님께서는 자신의 옆에서 책을 읽으라고 하셨다.
읽고 나서 홍염님께 알려드려야지.
* * *
"..."
○○가 내 옆에서 책을 읽기 시작한 지 벌써 한 시간 째.
○○가 들고온 책은 꽤 두껍고 무거워 보였다. 아무래도 두 시간 정도 더 있어야 될 것 같다.
"○○, 그 책 재미있어?"
"...네..."
나의 질문에도 ○○는 눈길 한번 주지도 않고 시선은 오로지 책을 향하며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그만큼 집중하고 있단 뜻이겠지...
***
"..."
"..."
너무 심심한 나머지 자진해서 할 일이 없느냐고 쟈파르에게 물었지만 쟈파르는'당신은 왜 이럴 때만...'이라고 말했다.
어쩌지 너무 심심해.
***
"..."
"..."
○○를 기다리며 기다린 지 30분째.
아무런 생각 없이 책을 읽는 모습을 지켜보는 중이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흘러내린 ○○의 머리카락.
얼마나 부드러울까... 아, 아니야 이건 아니지 ...
괜히 건드렸다가 다른 사람들 눈에 (특히 쟈파르나 마스루르)에게 보이면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킬지도 몰라...
"○○, 머리카락 만져봐도 돼?"
결국, 저질러 버렸다...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겠지?
"...네..."
다시 한 번 나온 한 박자 느린 대답.
분명 무슨 질문이었는지 제대로 듣지도 않았을 거야...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에게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머리카락... 왜 쥬다르가 그렇게 이 아이의 머리로 장난을 치는지 잘 알 것 같다.
긴 머리를 올려 공처럼 말아 묶은 머리.
'시녀다운 깔끔하고 단정한 머리' 라고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아쉬웠다.
묶은 머리 말고 푼 머리도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하는데...
"아..."
내가 정신을 차리고 있었을 때는 머리카락을 고정하고 있던 머리끈을 풀어버린 후였다.
약간 자국이 남아있는 머리를 손으로 가볍게 빗어보았고 머리카락들을 한데 모아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여성들의 머리 스타일로 만들어 보았다.
"..."
이리저리 묶어보아도 ○○의 이미지와는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결국 ○○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은 원래 하고 있던 스타일이었다.
넌 역시 그 장소가 가장 어울리는 거구나...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시녀의 복장이 아니라 무관의 옷을 입고 8인장들 사이에서 나를 향해 웃어주는 ○○의 모습.
그렇게 강력히 너를 신드리아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일까...
"...님. .드..님! 신드바드 님!"
"어, 어??"
책을 다 읽은듯한 ○○는 내 앞에서 나를 걱정하는듯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으신 건가요?"
"그냥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책은 다 읽은 거야?"
"네!"
○○는 나에게 책을 건네주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재미있게 읽은 것 같으니 다행이네.
아아~ ○○를 기다리느라 심심해서 죽는 줄 알았어~"
"아, 지 진짜요...?"
"장난이야 장난~ 이제 뭐하고 놀까?"
2.책을 읽는다